유럽은행 '숨은 폭탄' 모기지 부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 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위험자산도 다 털어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부실위험 자산이 재정불량국 국채와 더불어 은행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은행들이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이 대규모 상각했던 CDO 등 부실위험 자산과 미국 상업모기지,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6개 유럽 대형 은행들이 보유한 이 같은 성격의 부실위험 자산 규모는 3860억유로(532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이들 은행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유한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국채 규모 3390억유로보다 많다. 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 은행들이 부실 자산을 빠르게 정리한 반면 유럽 은행들은 그렇지 못했다. 2007년 이후 4년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3대 은행은 부실위험 자산을 80% 이상 줄였다. 이에 비해 유럽 은행들은 절반 정도 감축하는 데 그쳤다. CS의 유럽은행 리서치 부문 대표인 카를라 안투네스실바는 "유럽 은행들이 부실위험 자산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은행들은 이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유럽 은행 관계자는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였으며 손실이 발생한다고 해도 이를 흡수할 만한 충분한 자본을 갖췄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은행들이 부실위험 자산을 대거 시장에 내놓을 경우 가격이 급락해 은행들의 손실이 커질 것으로 WSJ는 내다봤다. 최근 유럽연합(EU) 정상회의 합의안에 따라 유럽 은행들이 자본확충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조만간 이들 자산을 대거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