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금값 2000弗 이상 갈 것…태국 홍수로 원당·쌀에 관심 가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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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 신한은행 PB 매니지먼트팀 차장 >“금값은 앞으로 더 오릅니다. 경기가 사나워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리면 안전자산이 주목을 끌 수밖에 없습니다. 설탕의 원료인 원당 같은 일부 농산물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태국 홍수는 대규모 농작물 피해를 동반하는 탓에 수급 균형이 깨질 수 있어요.”
김정우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킹(PB) 고객부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팀 차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원자재 시장이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어서는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바닥을 충분히 다졌다고 평가할 만한 상품도 있고 일부는 수급 불안정이 예상되거나 상승 호재가 만만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원자재 시장의 특성상 한번 가격이 올라가면 바닥까지 다시 밀리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위험 부담을 크게 지지 않고도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금은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
김 차장은 원자재 투자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1995년 LG금속에 입사해 금 담당 딜러로 근무한 이후 17년째 원자재 관련 업무만 해왔다. 2007년 신한은행에 입행해서도 원자재를 맡았다. 1년에 보통 800억~1000억원 정도의 원자재 관련 상품을 취급한다. 2009년 3월에 원유와 천연가스에 투자해 1년반 만에 60%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김 차장이 요즘 주목하고 있는 원자재는 금과 은이다. 그는 “통화량 증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져 금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현재 온스당 1700달러대인 금가격이 내년 봄에는 2000달러 이상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런 분석에 따라 최근 원자재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목표 수익률 10%짜리 원금보장형 예금을 제시해 30억원 정도를 유치하기도 했다.실제로 금값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리스에 이어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재정위기가 본격화되면서다. 지난 8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기준 12월물 금 선물가격은 온스당 1799달러로 장을 마쳐 지난 9월21일 이후 7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김 차장이 금 관련 예금상품을 판매할 때 금값은 1650달러였다. 김 차장이 판매한 예금상품의 투자비중은 금이 70%, 은이 30%다. 그는 은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은은 산업적으로도 활용성이 높고 금보다 매장량이 많아 화폐로서 가치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 관련 상품에 은을 결합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태국 홍수로 원당 수급 불균형
김 차장은 농산물도 투자 시점을 타진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태국 대홍수를 주목하고 있다. 그는 “농산물은 대체적으로 횡보 상태를 보이는 품목이 많겠지만 원당이나 쌀은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사탕수수나 사탕무 등이 많이 나는 태국의 자연재해는 가격 불안을 불러올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 세계 농산물 수요의 15% 안팎을 소비하는 중국에서 옥수수와 대두 소맥 등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원유 시장은 아직 적극적으로 나설 때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원유가 강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 활성화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데 아직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대신 틈새 상품에 주의를 기울여 볼 것을 주문했다. 김 차장은 “원유가격이 상승한다는 예상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 투자에 나설 정도까지는 아니다”며 “가격 방향성에 대한 추세가 불확실할 때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의 가격 차이에 베팅하는 상품 등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감소하고 있어 WTI와 브렌트유의 가격 격차 추이를 예상하기가 쉬워졌다고 분석했다.
◆틈새 시장 노리고 유로존 주목
경기 민감 자산으로 분류되는 비철금속은 약보합을 예상했다. 중국의 수요에 민감한 구리 아연 납 주석 알미늄 니켈 등 비철금속은 시간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김 차장은 본격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시기로 이달 이후를 지목했다. 유로존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정리돼야 행동에 나설 만하다는 것이다.그는 “원자재 투자는 당장 하겠다는 것보다 말에 올라탈 때를 냉정히 살피고 있다가 원금보장형을 기반으로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