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풍파 겪었지만 수확 맛보는 시절…삶의 여정에서 늘 새로운 꿈꾸길

전현희 < 국회의원 elysiaj@naver.com >
색색으로 물들었던 길가의 풍성한 가로수도 가지를 드러내고,쏟아지는 햇살에도 가슴은 허허롭고 시린 계절,늦가을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의 스산한 분위기가 완연하고,해 지는 저녁은 한결 더 쓸쓸하다. 열정으로 가득한 청춘,뜨거운 한여름을 지나 이제 조금은 서늘하게 성숙해진 나이,그래서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는 필자의 인생에도 가을은 어느덧 찾아왔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시 한 구절이 있다. 윤동주 시인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냐고 물을 것입니다'라고 했던 그는 인생의 가을을 맞지 못하고 요절했지만 그의 시는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오롯이 함께 하고 있다. 감수성이 한창 예민하던 사춘기 소녀 시절 만난 이 시는 내게 삶의 가치관이자,지표가 됐다. 사춘기를 지나 캠퍼스를 누비던 대학 시절과 안정적인 치과의사를 포기하고,사법고시를 위해 고시촌을 향하던 때,자리를 잡았던 변호사 사무실에서 국회로 발걸음을 옮길 때에도 늘 마음속에 담았고,힘이 됐다.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열심히 살았는지,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아름다운 삶을 살았는지,어떤 열매를 맺었는지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앞으로 남은 인생을 의미 있게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덧 마주한 인생의 가을에 주변을 돌아보았다. 꿈 많던 학창시절을 지나 결혼과 출산을 통해 가정을 이뤘고,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다.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학교와 사회생활을 통해 만나게 된 선후배와 동료들,세상의 풍파 속에 소중한 인연을 맺은 지인들 모두가 고맙고,귀한 사람들이다.

사계절의 질서와 변화처럼 우리의 인생도 약동하고,피어나는 봄과 뜨겁게 열정을 다하는 여름,수확과 여유로움의 가을,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정리해야 할 겨울을 만나게 된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의 계절이 사뭇 궁금하다. 사계절의 어디쯤을 지나고 계시는지 말이다. 봄과 여름을 지나고 있지만 학업과 취업으로 좌절하고 있는 청춘들이 많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안타깝고 미안하다. 청춘이 희망을 품을 수 없게 된 사회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우리 청춘들이 사회와 미래에 희망을 갖고 인생을 설계해나갈 수 있도록 앞장서고 싶다. 반대로 가을과 겨울의 계절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여름의 뜨거움을 간직한 중년도 많다. 모 TV 프로그램에서 큰 감동을 줬던 '청춘합창단'처럼 말이다. 응원과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 인생의 계절에 너무 늦었다는 생각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남은 인생과 다가올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후회 없는 행복한 삶이 되시길 기원한다.

만족하지 말자.포기하지 말자.새로운 꿈을 꾸자.오늘도 세월이 흐르고,세월이 주는 선물이 한아름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전현희 < 국회의원 elysiaj@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