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리마, 재스민혁명 타고 아프리카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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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케냐 등 선거용 특수…가나에 첫 수출"아프리카 튀니지의 민주화 바람에서 시작된 재스민혁명 아시죠."
美 특허소송 승소로 선진국 시장 진출 본격화
지난 18일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슈프리마 본사에서 만난 이재원 대표(44)는 "최근 주가 급등 배경이 특허 소송 승소 때문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지문인식솔루션 등 생체 보안 전문기업인 이 회사가 재스민혁명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따져보는 사이 이 대표의 설명이 뒤따랐다. "이집트 케냐 카메룬 알제리 등 20여개국에서 향후 2년간 총선과 대선 등 각종 선거가 예정돼 있어요. 민주화 열풍이 확산되는 거죠.덕분에 유권자 등록과 세수 확보에 절대적인 지문인식솔루션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 모멘텀을 맞았습니다. " 민주화 바람을 타고 아프리카와 중동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선거용 지문인식솔루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나가 좋은 예다. 슈프리마는 최근 이 나라에 500만달러(60억원) 규모의 유권자 등록용 지문인식솔루션 '라이브 스캐너'를 공급키로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의 단일 공급계약 가운데 최대 규모다.
신흥시장에서는 선거가,미국과 영국 등 선진시장에서는 출입국관리 강화 정책이 지문인식 시장을 키우고 있다. 슈프리마 주가가 지난달 20일 9300원(종가 기준)에서 지난 18일 1만3350원으로 한 달 새 약 44% 급상승한 원동력이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경쟁업체인 크로스매치와의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제부터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후발주자이지만 제품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50억원 안팎의 소송 비용을 만회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자신했다. 미국 생체보안업체인 크로스매치는 슈프리마가 지난해 미국 통계청이 발주한 지문인식솔루션 계약을 따내자 특허 소송으로 견제에 나섰지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근 슈프리마의 손을 들어줬다.
이 회사의 지문인식솔루션 '라이브 스캐너' 가격은 대당 1000~1500달러로 경쟁사(5000달러)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1500달러에 팔면 마진이 60%가량 남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국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에서는 전자주민등록사업에 불이 붙었다"며 "전 세계 공공분야 수주를 계기로 현재 8 대 2 비율인 민수 및 관수시장 매출이 역전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을 박차고 나와 슈프리마를 창업한 건 2000년 5월.정보기술(IT) 버블과 함께 우후죽순 생겨났던 수많은 생체 보안 기업들이 사라져갔지만 이 회사는 끊임없는 연구 · 개발(R&D) 덕분에 자리를 잡았다.
지문인식솔루션의 핵심인 광학기술 및 지문인식 알고리즘 분야 연구원 40명 가운데 이 대표를 포함한 박사급 인재는 9명으로 약 23%에 달한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에서 연구원 3명이 추가로 합류했다.
그는 "특허 소송 승소와 가나 공급계약은 슈프리마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문인식 시장의 절대강자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