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후 일자리 선택의 기준은

우재룡의 준비된 은퇴

65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 취업자 비율은 1994년 28.5%, 1998년 29%, 2004년 30.8%, 2008년 34.5%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일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충분하지는 않다.

은퇴 이후에 다시 선택하는 일자리는 어떤 것이 있을까? 행태심리학자인 에이브러햄 매슬로(A. 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구분했다. 즉 인간은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 욕구 순으로 욕구가 상승한다. 가장 마지막 단계는 창조와 성취를 달성하는 자아실현 욕구다. 이런 단계를 은퇴 후 직업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볼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은퇴 후 일자리가 가장 높은 단계의 욕구인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할 수 있어야 은퇴 후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사회공헌과 취미 등을 가미한 일자리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얼마 전 만난 한 은퇴자는 다니던 회사에서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일을 제안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평생 수입을 위해 해오던 업무보다 보수는 적지만 삶의 만족ㅈ을 느낄 수 있는 일이 더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 일자리를 노후자금 준비 정도와 자아 성취도를 기준으로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노후 준비도와 자아 성취도가 모두 낮은 경우로 소득추구형 일자리다. 직업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일제 또는 파트타임으로 취업을 해야 하는 절박한 사례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노후 준비도는 낮지만 자아 성취도가 높은 경우로 일을 통한 가치추구형이다. 이는 나이가 많아도 평생 현역형으로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스타일이다. 개인적인 꿈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창업도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 노후 준비도는 높지만 자아 성취도가 낮은 여가 추구형 일자리가 있다. 노후자금이 충분하므로 약간의 소일거리 정도의 일자리다. 매일 1~2시간 정도의 가벼운 자원봉사, 컨설팅 등이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노후 준비도와 자아 성취도가 모두 높은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들 수 있다. 비록 많은 자금은 아니지만 노후소득을 꼼꼼하게 준비해서 오로지 자아 성취를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사회봉사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선택한다. 취미활동도 일부분 가미하는 유형으로 모든 은퇴자들이 바라는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여가추구형과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통해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싶지만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이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발짝 물러서서 본다면 은퇴 설계나 주거플랜 등을 통해 생활비용을 줄이는 방법 등으로 다양한 자아실현형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