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럽 전체가 위기라는 무디스의 경고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유럽연합(EU) 전체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끝도 없이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로존 강국들이 잇따라 장기국채 발행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 위기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이탈리아 국채는 입찰금리가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7%를 넘었는데도 다 팔리지 않았다. 금융시장에서 국채조차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유로존 17개국 가운데 어느 나라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위 5개 돼지국가(PIGS)뿐만 아니라 프랑스 벨기에 등의 국가신용등급이 속속 강등당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여기에 헝가리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등 비유로존 동유럽국가들까지 위기로 치닫고 있다. 당장 스페인 등 4개국이 다음달 1일까지 200억 유로에 가까운 대량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지만, 제대로 팔릴 것이라는 낙관론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 금융당국이 주요 은행들에 유로존 대출을 금지시켰고, 독일 정부는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로존 우등국가 6곳과 따로 베를린클럽이란 것을 만들어 위기가 확산되지 않게 방화벽을 칠 것이라고 한다. IMF가 이탈리아에 6000억 유로라는 엄청난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해당 국가와 IMF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런저런 관측들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로서는 위기를 해결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주요 유럽국가들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거쳐 새로운 정부를 구성해 정책공조 체제를 구축할 때까지 이런 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유로존이 깨진다고 해도 별로 놀라울 게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독일의 반대에 막혀 이른바 최종 대부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렵고 재원이 한정된 IMF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도 립서비스 이상의 지원은 하기 어려운 처지다. 유럽이 중국 브라질 등은 물론 한국에까지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 실제 상황에 대비할 때가 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