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이슬람국가에 온라인 브로커리지 새바람

신년기획-이젠 금융한류다 (2) 인도네시아

우리투자·키움증권 등 현지 맞춤형 HTS 출시
자원개발 붐 타고 IB도 공략

< 브로커리지 : 주식 중개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진입하는 도로 양옆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광고 표지판이 경쟁하듯이 늘어서 있다. 최근 남부 간다리아에 문을 연 롯데마트에는 젊은 쇼핑객들이 북적거린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인구 2억4000만명) 사이에서는 한국 기업이 만든 물건을 사려는 한류열풍이 강하다.

한류는 증권시장에도 불기 시작했다. 우리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현대증권, 한화증권 등도 본격적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10~20년 전 국내 증시의 가파른 성장세가 이곳에서 재현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동남아의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로 내수 경제가 탄탄하다. 팜오일 구리 원유 등을 보유한 자원 부국이기도 하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최근 멕시코 한국 터키와 더불어 인도네시아를 차기 세계 경제를 이끌 신흥국으로 지목하고 이들을 ‘믹트(MIKT)’로 지칭했다.

자본시장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2007년 코스피지수와 함께 2000선을 찍었던 자카르타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8월 4000선을 넘어섰다. 이렇다보니 세계의 내로라하는 증권사들이 대부분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다. JP모건체이스와 모건스탠리 맥쿼리증권 UBS 도이치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를 포함해 120개 증권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우리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터를 잡았다.

우리투자증권은 2008년 이곳 교민기업인 코린도그룹 계열 증권사의 지분 60%를 인수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코린도증권은 1년 전 증권업계 109위에서 47위(작년 3분기 매매금액 기준)로 고속 성장했다. 키움증권의 현지법인인 키움증권 인도네시아도 업계 50위로 발돋움했다.◆철저한 현지화를 통한 리테일 승부

우리코린도증권과 키움증권 인도네시아 고객의 80% 이상은 현지인이다. 그만큼 현지화돼 있다는 얘기다.

키움증권은 2010년 현지 증권사인 동서증권을 인수해 키움증권 인도네시아를 설립했다. 이때 선보인 홈트레이딩시스템(HTS) ‘HERO’는 속도가 빨라 투자자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진혁 키움증권 인도네시아 사장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하지 않는 온라인 브로커리지가 승부처”라고 말했다. 우리코린도증권은 현지 경제권을 쥔 화교들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계 사원들을 영입했다. 1호 지점도 중국계가 밀집한 부촌인 자카르타 북부 풀루잇에 개설했다.

윤석부 지사장은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점유율은 0.5%로 아직 낮지만 적자에서 벗어나 작년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도 지난해 인도네시아 대표 증권사인 만디리증권에 온라인 거래시스템을 개발해주고 수수료를 나눠갖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대 IB시장을 넘본다

이곳에 부는 자원개발 붐은 또 다른 기회다. 박인철 코린도그룹 전무는 “한국인들이 곳곳에서 자원개발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출세 부과 등 각종 규제를 하고 있다”며 “사업 비용이 늘어난 만큼 이들을 위한 자금조달과 신용사업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IB 사업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키움증권 인도네시아는 과거 반납했던 IB 라이선스를 다시 획득하기 위해 지난달ㅈ 20억원의 증자를 완료했다. 물론 IB를 통한 수익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현실론이 많다. 이 사장은 “채권을 소화할 데가 마땅치 않고 기업공개(IPO)를 위한 기업 실사 등에서도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자카르타=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