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령업체까지 동원해 '매출 조작'

'꼼수 공시' 뜯어보기 (4) 교묘해지는 '허위 실적'

갑자기 매출 급증하거나 신규사업 '깜짝실적' 발생 일단 의심…투자 삼가야

한계기업들은 상장폐지를 모면하기 위해 허위매출을 발생시키곤 한다. 국내외 자회사 등 특수관계자와 제품 및 돈을 주고받지 않은 채 매출이 있는 것처럼 꾸미는 거래는 고전 수법에 속한다. 최근엔 특별한 이해관계를 찾을 수 없는 비상장기업이나 제3의 상장사를 끌어들여 매출을 만들어낸다. 금융감독원은 매출 규모가 수년째 상장폐지를 겨우 면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기업은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순환매출로 매출 부풀려전자제품 제조업체인 TJ사는 2008년 주인이 바뀐 후 기존 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투자 및 경영 컨설팅, 의류기구 도소매업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이 회사 매출은 2008년 34억원에서 2009년 41억원, 2010년 35억원에 머물렀다.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는 최소 매출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었다. 코스닥 종목은 연간 매출이 30억원(유가증권시장 50억원)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2년 연속 밑돌면 상장폐지된다.

이에 비해 당기순손실은 2008년 64억원에서 2009년 134억원, 2010년 140억원으로 확대됐다. 적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유지한 데는 조작된 가공의 매출이 있었다. 사정이 비슷한 코스닥시장의 T사 및 A사와 순환매출을 통해 매출을 부풀렸다. 자회사인 J사를 참여시켜 연결고리를 끊음으로써 추적을 어렵게 했다. 결국 TJ사는 작년 10월 회계처리 위반으로 상장폐지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매출 시기를 조정하고 세금계산서까지 발행하는가 하면 매출 중 일부 대금을 입금해 자금 흐름까지 맞추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해외 페이퍼컴퍼니까지 동원태양광 사업체로 2010년 8월 상장폐지된 N사는 2008년부터 허위매출을 일삼아왔다. 해외에서 무상으로 원자재를 공급받아 가공만 해 원공급처에 넘기면서 자신의 소유가 아닌 원재료를 재고로 꾸몄다. 매출도 임가공 수수료가 아닌 제품 매출로 부풀렸다. 그 결과 2008년 매출은 312억원으로 전년보다 3배나 불어났다.

2개 해외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와 허위매출도 일으켰다. R사와 T사는 정상적인 원재료 공급처와 매출처로 위장해 서류상으로만 매출을 하거나 껍데기만 유사한 물품을 인수 및 인도하는 방법을 동원했다. N사는 이런 방식으로 2008년부터 1000억원의 분식을 자행했다.

감독당국은 매출이 갑자기 늘어난 기업의 경우 매출 구성을 잘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력이 아닌 신규 사업에서 갑자기 매출이 늘었거나 매출처가 해외의 신생 기업이라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투자자들이 기업의 허위매출을 파악하는 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허위매출을 적발하기 위해서는 외부감사인(회계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도 연간 매출이 한계선을 겨우 넘고 있거나, 특정 분기에 매출이 갑자기 늘어난 경우엔 ‘꼼수’를 의심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심 징후가 포착된 기업이라면 투자하지 않는 것이 손실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권고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