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외환銀 껴안기 위한 '읍참마속'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 전격 사의
후계구도 변화…김정태·윤용로 2파전

< 읍참마속(泣斬馬謖) : 승리를 위해 측근을 베다 >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이 11일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보탬을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 스스로도 본인의 강성 이미지 때문에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금융의 인수에 반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지부진한 외환은행 인수에 가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용퇴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의 사퇴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후계 구도는 김정태 하나은행장과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차기 외환은행장 내정자)의 2파전이 될 것이라고 금융계는 보고 있다.

◆강성 이미지가 부담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 주요 임원 가운데 김 사장에 대해 특히 강한 거부감을 표출해 왔다. 김 사장이 지난해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외환은행 임원진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했다는 이유에서다.김 사장은 지난해 3월 말부터 2~3주에 걸쳐 외환은행 부행장 및 본점의 주요 본부장들을 개별적으로 면담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나기 전 이 같은 만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굴욕적인 면접’이었다고 김 사장 및 이 자리에 나선 외환은행 임원을 비난했다. 이를 계기로 외환은행 임직원 사이에선 반(反)하나금융 정서가 빠르게 확산됐다고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전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외환은행 직원 고용승계와 관련, “불법을 저지른 사람과 회사에 위해를 가한 직원까지 보장하기는 힘들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외환은행 임직원과 정치권 사이에서 강성 이미지가 굳어졌다. 하나금융의 한 관계자는 “김승유 회장이 이런 점을 고려해 김 사장의 사의를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얘기다.외환은행 노조는 김 사장 사의와 관계없이 하나금융 반대투쟁을 지속하기로 했다.

◆하나금융 후계 구도 변화

현재 하나금융은 김승유 회장의 후계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대표이사(CEO)를 포함한 상임이사의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지난해 마련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1년 임기를 연장해 오는 3월 연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김 회장은 1943년 8월생으로 현재 만 68세다. 이번 주총에서는 김 회장인 1년 더 연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및 이후 통합 작업 등을 고려할 때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김 회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하나금융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예측불허라는 진단이다. 김 회장의 후계자 후보로는 김 사장이 가장 앞서 있었다. 김 사장이 하나은행장을 지낸 데다 서열 2위인 지주 사장을 맡고 있어서다.

하지만 김 사장의 사퇴로 이제 김정태 하나은행장과 외환은행장에 내정돼 있는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이 후계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 행장은 ‘영업의 달인’으로 정평나 있으며 포용력과 조직 장악력으로 내부의 신임이 두텁다. 관료 출신인 윤 부회장은 기업은행장 시절 보여준 통합과 부드러운 리더십 등이 장점이다.일각에서는 외부 인사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부 인사라도 뛰어난 인재에겐 언제든 문을 열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지론”이라고 말했다.

박준동/안대규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