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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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슈베르트의 가장 유명한 연가곡 ‘Winterreise’는 ‘겨울 여행’으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겨울 나그네’라는 의역이 일찌감치 자리잡았다. 제목만으로도 이 곡에 흐르는 분위기를 거의 완벽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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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곡으로 이루어진 ‘겨울 나그네’의 주인공은 사랑을 잃고 먼 길을 떠나는 젊은이다. 그의 발길은 무겁고, 의식은 갈수록 광인에 가까워지고 있으니 죽음 외에는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장단조의 분포를 보더라도 어두운 단조가 18곡에 달하고 밝은 장조는 6곡에 불과하다. 게다가 장조 중에도 우울하게 마무리되는 곡이 많다.
하인리히 뮐러의 슬픈 연시에 슈베르트가 빠져든 것은 그가 전형적인 낭만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독일 낭만주의는 현실 너머의 불가사의한 세계를 동경하는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이 곡을 달리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나그네에 비하면 나에게는 아직도 많은 것이 남지 않았는가”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말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 QR코드 찍으면 선율과 함께 동영상이 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