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社 1병영] 관리능력 혁신기법, 軍이 기업에 보급

교육·행정 선진화에도 앞장
경제 개발에 대한 군의 기여는 국가 기간시설 조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간접자본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각종 제도와 시스템을 보급한 것은 물론 문맹 퇴치에도 나서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는 기반을 닦았다.

군은 선진 행정제도와 관리기술 전파의 요람이었다. 군을 통해 선진국의 최신 시스템이 도입돼 사회 전반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도 문서 작성 규격을 표준화하는 데 앞장서 행정 및 관리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0~1960년대만 해도 정부 부처들은 서로 다른 문서 작성 양식을 사용했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군은 기획에서 실제 작성에 이르는 전 과정을 최초로 단일화해 보고체계를 표준화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정부와 기업 등에서 관리능력 혁신을 위해 사용하는 관리자훈련과정(MTP·management training program)이다. 최원문 한국항공기술협회 고문(84·사진)이 정비장교(대위)로 복무하던 1960년대 초 미국 일리노이주 공군기지에서 배워와 군에 보급했다. 그는 1969년 전역과 동시에 MTP를 기업 맞춤형으로 진화시켜 현대자동차 삼성물산 포스코 한국전력 한국은행 등에 보급했다.

군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글 교육도 진행했다. 육군사관학교에 따르면 건군 이후 1970년까지 군의 한글 교육을 통해 문맹 상태를 면한 인원은 58만7298명에 달한다. 군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한 군인도 40만2588명에 이른다. 군에서 한글 등 기본 교육을 받은 군인들이 다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에 나서 문맹 퇴치에 앞장선 것이다. 강한구 한국국방연구원 기획조정부장은 “군은 교육 행정 관리 등의 시스템을 정립해 국가 차원에서 능률과 효율을 증대시키는 데 공헌했다”며 “국민으로서 필요한 기본적 자질을 함양시켜 국가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