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삼성의 엉뚱한 보너스 고민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보너스 지급을) 자제했으면 한다는 뜻을 정부가 전해왔다는데 사실일까요?”

심각한 표정의 한 직원이 기자에게 물어왔다.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냈는데도 직원들이 보너스가 나올지, 나온다면 언제 나올지를 불안해하는 회사가 있다. 삼성전자다.삼성의 PS(profit sharing·초과이익분배금)는 2000년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도입됐다. 실적이 목표를 초과하면 초과분의 20%를 임직원에게 나눠준다. 다음해 초 많게는 연봉의 50%까지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직원들은 신문을 뒤적이며 보너스가 나올지 여부를 점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설 전에 지급됐는데 올해는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다.

회사도 PS 지급을 둘러싸고 골치를 앓고 있다. 일부 언론이 ‘불황에 서민과 중소기업이 어려운데 대기업만 돈잔치를 벌이냐’며 비난하는 데다, 정부 눈치도 봐야 하는 형편인 까닭이다. 2010년 2분기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분기 이익을 내자 정권 실세로 꼽히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어려운 형편의 중소기업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했던 판이니, 삼성의 몸조심은 괜한 시늉만은 아닌 듯하다.삼성전자는 지난해 큰 위기를 헤쳐 나왔다. 스마트폰 매출이 곤두박질쳤다가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3분기에 겨우 아이폰을 뒤집었다.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일으켰고 이익의 해외비중은 더 높다. 월가 금융회사처럼 투기로 돈을 번 것도 아니다.

여전히 일부에선 환율 덕이라고 폄하하지만, 상당수 해외 매출이 달러화와 반대로 움직이는 기타 통화로 발생한다.

PS 제도는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든 근간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삼성전자의 기본급은 금융 계열사에 뒤지고, 다른 대기업에 비해서도 많지 않다.급여가 많다고 소문난 건 PS 덕분이다. 초과 성과를 내야만 연봉의 11~50%를 더 준다. 직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뛸 수밖에 없다. 성과가 좋지 않아 PS를 줄인 2009년엔 ‘쥐꼬리 성과급으로 생색만 낸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삼성이 해외에서 많이 벌어 직원들에게 듬뿍 나눠줘야 경기가 좋아지지 않겠습니까.” 삼성 서초사옥 주변의 상인 얘기다. 그의 목소리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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