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낮춘 미국산 수입차vs차종 '업그레이드' 국산차

연초부터 불붙은 중형차 경쟁

뉴캠리, 최대 300만원 낮춰…성능 개선
포드는 내달 초 '퓨전 하이브리드' 출시

현대차 'i40 살룬' 으로 젊은층 공략
르노삼성도 연비 높인 'SM5 에코' 승부
연초부터 중형차 경쟁이 뜨겁다. 지난해 일본 대지진 여파로 주춤했던 한국도요타가 불을 댕겼다. 한국도요타는 지난 18일 기존 모델보다 최대 300만원 낮은 가격에 ‘뉴 캠리’를 출시했다. 국내 준대형차 판매 1위인 그랜저HG와의 차이를 200만원으로 좁혔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출시한 ‘i40’보다 80만원 저렴한 세단형 ‘i40 살룬’을 내놨다. 다음달에는 포드의 ‘퓨전 하이브리드’도 가세한다. 미국산 수입차와 국산 중형차의 격전이 예상된다. ○몸값 낮춘 미국산 수입차, 국산차에 도전장

한국도요타는 뉴캠리를 미국에서 들여온다. 엔고로 인한 환율 손실을 줄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한국도요타는 뉴캠리 가격을 가솔린 모델은 기존 모델보다 100만원 낮은 3390만원, 하이브리드는 300만원 낮은 4290만원으로 책정했다.

가격은 저렴해졌지만 성능과 편의사양은 개선됐다. 연비는 가솔린 모델이 기존보다 6.6% 향상된 12.8㎞/ℓ, 하이브리드는 20% 향상된 23.6㎞/ℓ다. 동급 최초로 조수석 무릎과 뒷좌석 사이드 등 10개의 에어백을 설치했고 LG전자와 공동 개발한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장착했다. 뉴캠리를 시작으로 다음달부터 미국산 수입차가 잇달아 출시된다. 포드코리아는 다음달 초 ‘퓨전 하이브리드’를 내놓는다. 미국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경쟁하는 모델이다. 가격은 뉴캠리 하이브리드와 비슷한 수준인 4000만원대 초반에 결정될 전망이다. 폭스바겐코리아도 하반기 미국 테네시주 채터누가 공장에서 생산한 신형 ‘파사트’로 가세한다. 혼다도 하반기 미국산 신형 ‘어코드’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산 중형차, 차종 ‘업그레이드’로 맞불작전

국내 자동차 업계는 올초부터 중형차 시장을 지키기 위해 차종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현대차는 뉴캠리보다 하루 앞선 지난 17일 ‘i40 살룬’을 공개했다. 작년 하반기 출시한 유러피언 중형 왜건 ‘i40’가 인기를 끌지 못하자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세단형을 투입했다. 가격은 가솔린 2.0 GDi 모델이 2525만~2985만원, 디젤 1.7 VGT 모델이 2695만~3155만원으로 왜건형보다 80만원가량 낮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중형 세단 중 유일하게 디젤 1.7 엔진을 탑재했다”며 “개성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젊은 수요를 끌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2500cc의 뉴캠리에 대적하기 위해 단종시킨 ‘쏘나타 2.4’의 부활도 검토 중이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쏘나타 2.4 등 배기량을 높이고 성능과 디자인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도 지난달 2011년형 모델보다 연비를 12% 향상시킨 ‘SM5 에코 임프레션’을 내놓았다. 르노삼성차는 가격을 평균 50만원 올리는 대신 기존 엔진을 튜닝하고 뉴 엑스트로닉 변속기를 장착해 연비를 14.1㎞/ℓ로 높였다. ○국내 중형차 시장, 지각변동 오나

업계는 수입차의 ‘가격 공세’가 한층 치열지고 있는 만큼 국내 중·대형차 시장의 판도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 중·대형차 수요의 상당 부분이 수입차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크라이슬러가 이달 초 출시한 ‘뉴 300C’ 가솔린 모델도 구형보다 410만원 싼 5570만원에 나오는 등 수입차와 국산차의 가격 차이가 올 들어 급격히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입차는 비싼 차라는 인식이 바뀌면서 경제력을 갖춘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국산 중·대형 수요가 수입차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뉴캠리도 배기량이 같은 그랜저HG 240, K7, SM7과의 가격차가 불과 200만~300만원이다.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10에어백, 블루투스 오디오, 스마트 엔트리 시스템 등 최신 사양이 장착된 것을 감안하면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게 한국도요타 측의 설명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중형차 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최근 전라남도 영암의 F1경기장에서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현대차는 이달부터 전국 26개 시승센터에 그랜저를 비롯해 에쿠스, 제네시스의 시승차 대수를 늘리기로 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