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생각이 일하는 방식을 바꾼다

획일적 조직문화 여전히 많아…'변화' 추구위한 교육 필요해

서종렬 한국인터넷진흥원장 simonsuh@kisa.or.kr
2010년 5월 전 세계가 집중한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40분의 1에 불과하던 애플이 MS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으며, 정보기술(IT) 업계의 왕좌가 바뀐 것이다. 그리고 지금 애플의 기업가치는 MS의 1.7배에 달한다. ‘생각의 변화’가 만들어낸 기적이다.

2010년 11월 필자에게도 큰 변화가 있었다. 약 28년을 민간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처음으로 공공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으로 부임한 것이다. 직장을 옮길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같은 대한민국, 같은 IT 분야의 기업들인데도 기업 문화와 구성원들의 행태는 천양지차인 것 같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기업마다 받아들이는 속도와 해석하는 방식이 다른 것을 보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놀란다. 민간기업의 일하는 방식, 사고방식, 움직임에 익숙한 나로서는 공공기관이 갖는 일부 비효율성과 구성원들의 일처리 방식, 사고방식이 낯설었다. 내 생각과 조직의 사고방식이 다른 점을 느낄 때마다 그 원인과 과정이 궁금했다. 그 일을 추진할 때, 왜 그렇게 생각하고 처리했는지를 물었다. 물론 잘못된 점을 고쳐주고 설명하면 일은 더 빨리 진행되겠지만, 근본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잘못된 것인지, 의사소통 과정 중에 문제는 없었는지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연유를 듣고 나면, 매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거짓말처럼 생각이 획일적이라는 것이다. 다른 의도나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고, 여러 시각에서 일을 검토하지 못하고, 한쪽 방향에서만 바라보는 것이다. 길을 건널 때는 오른쪽 왼쪽 다 살펴보아야 하는데, 오른쪽만 보고 건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익숙해진 그 방식으로 일해 왔고, 누구도 그것을 다른 시각에서 얘기해 준 적도 없었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듣고 아는 만큼 행동한다.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것을 저절로 알아서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변화의 필요성도, 변화하는 방법도 알지 못한 채 세월이 흐르면, 그것이 조직문화로 나타나는 것이고 굳어지는 것이다. 처음 일을 배우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변화를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반드시 대기업만이 조직문화가 우수하고 뛰어난 것은 아니다. 훌륭한 경영자와 함께하는 중소기업들도 우수한 기업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일류기업들 대부분이 일에 접근하는 사고의 틀과 방식이 다르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은 목적도 결과물도 다르지만 올바른 사고방식, 효율적인 일처리는 배워야 한다. 세 살 배기 어린아이에게서도 배우는 것이 있듯이, 우리는 평생 배우고 받아들여야 한다. 요즘 내가 직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생각의 변화’다. 직원들이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 나는 요즈음 기분이 참 좋다. 변화하는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서종렬 < 한국인터넷진흥원장 simonsuh@kis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