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마시고 피우고 쌓이고…'뱃살 김 부장' 꼬리표, 올해도 못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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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세 대기업 김 부장 일상으로 본 중년건강키 175㎝, 몸무게 90㎏. 올해 나이 46세의 대기업 부장 김모씨. 대한민국 평균 직장남성인 40대 중반 김 부장은 오전 6시30분 숙취를 느끼며 일어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그는 출근하자마자 커피믹스를 입 안으로 들이붓는다. 그가 하루에 들이켜는 커피는 평균 5잔 이상이다. 임신부처럼 불룩해지는 복부를 보면서 내장비만이니 콜레스테롤이 쌓여간다는 것을 느끼지만 일상생활의 변화를 주기란 쉽지 않다. 지난 연말 마신 술에다 최근 명절 때 만난 친척·지인들과의 술자리 숙취가 아직도 느껴질 정도로 일상은 피곤하다. 술과 만성적인 피로에서 깨려면 커피든 뭐든 마시고 먹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입사 20년 동안 는 것은 주량과 스트레스, 그리고 온몸 곳곳에 붙어 있는 18㎏의 지방 덩어리다.
입사 20년만에 지방 덩어리 18㎏
출근하자마자 커피 하루 5잔…퇴근하면 폭탄주에 삼겹살
담배 하루 1갑…스트레스 달고 살아
중년 남성 비만율 역대 최고
30~40대 비만율 40% 넘어…고혈압·당뇨 등 유병률 높아져
김 부장의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는 29.4다. 비만기준인 25를 넘긴 지는 오래됐다. 술 먹은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해장국, 순대국, 사발면 등 얼큰한 국물로 속을 푼다. 그래야 속도 든든하고 오후에 쓸 체력도 비축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점심도 30분 만에 서둘러 끝내고 포만감에 사무실로 들어와 잠깐의 낮잠을 즐긴다.스트레스 투성이인 김 부장을 위로해 주는 것은 하루 걸러 한 번꼴로 자정까지 마시는 술과 하루 반 갑 이상의 담배다. 소주 1병만 마셔도 취했던 김 부장은 요즘 소주에 맥주를 타지 않으면 맹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주당이 됐다. 술자리에서 제일 늦게까지 버티고 혹시라도 상사가 옆에 있다면 어김없이 택시에 태워보내는 것도 이젠 익숙해졌다. 휴일에는 지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거실의 소파에 누워 하루를 보낸다.
◆중년남성 비만율 위험수위
중년 남성의 비만율이 역대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는 2012년 현재 대한민국의 중추라는 40대 남성 직장인들의 보편적인 생활이다. 불규칙한 식사, 스트레스로 인한 폭음, 흡연 등으로 중년 남성들이 점차 뚱뚱해지고 있는 것이다. 비만인 사람은 정상체중에 비해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에 시달릴 확률이 2배 이상 높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19세 이상 남자 성인 비만율은 36.3%로, 특히 30대(42.3%)와 40대(41.2%)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의료계는 30세 이상의 비만 성인은 정상체중에 비해 고혈압은 2.5배, 당뇨병은 2배, 고콜레스테롤혈증은 2.3배, 저HDL(고비중리포단백질) 콜레스테롤혈증은 2.2배, 고중성지방혈증은 2.4배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뇨병 유병률도 상승하고 있다. 유병률은 질병이 유발되는 비율을 말한다. 특히 고콜레스테롤혈증은 가파른 증가추세를 보여 지방 위주의 식습관을 국가 차원에서 개선해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비만은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小食多動)’ 건강수칙을 지키지 않은 탓으로 분석됐다.
박혜순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은 기본적으로 음식 섭취량은 늘고 운동량이 줄면서 발생한다”며 “야식과 폭음, 과한 업무량, 적은 수면량, 술과 담배 등으로 푸는 스트레스에 대한 부적절한 행동양식 모두 비만율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 추세는 뭘 못 먹거나, 어떤 것이 부족해서 성인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너무 많이 포화상태가 됐기 때문에 발병하는 질환이 많다”며 “살을 빼고 평소 먹는 양을 20% 정도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적게 골고루 먹는 습관으로 복부비만 줄여라”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남성은 해마다 더 피우고 더 마셨으며 더 먹고 덜 움직였다.일례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남성 흡연율은 2009년 46.9%에서 2010년 48.3%로 2.6%포인트 증가했고, 1년 동안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고위험음주율’도 같은 기간 동안 24.6%에서 24.9%로 늘었다.
에너지·지방 과잉 섭취량은 6.9%에서 9.8%로, 아침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20.6%에서 21.3%로 증가했다. 대신 비타민 등 식이보충제 복용 경험률은 33.8%에서 40%로 늘어났다.이런저런 요인들로 인해 성인남성의 비만율은 역대 최고다.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의료계에선 특히 복부비만, 내장지방의 심각성에 주목한다. 복부비만이 있으면 대장암 위험이 있는 대장용종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또 필연적으로 허리질환과 발기부전 등의 성기능 장애를 불러온다.
비만의 척도인 뱃살은 폐를 눌러 운동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된다. 운동이 힘들어지다 보니 뱃살이 많은 사람은 움직이는 것을 더욱 피하게 되고 이는 다시 뱃살을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성인남성의 복부비만 문제가 심각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 복부비만이 40% 이상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이례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성인 6600명을 대상으로 2001년부터 8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잡곡과 채소, 해조류와 육류, 과일 등의 음식을 골고루 먹는 집단이 쌀밥과 김치 위주로 먹는 집단에 비해 복부비만 위험성이 42% 적었다. 또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집단은 당뇨와 고혈압 등 성인병의 원인인 대사증후군 위험이 23% 낮았고, 유익한 콜레스테롤이 부족한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경우도 16%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움말=박혜순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