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중년 남성, 허리띠 안줄이면 '고개숙인 남자' 되기 쉽다

복부비만 심해지면 발기부전 가장 먼저 찾아와
3개월이상 밤이 무서우면 심혈관 질환 의심해야
우리나라 중년남성의 상당수는 복부비만이다. 복부비만은 다양한 합병증을 불러오는 전조 증상이다.

심하면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해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 또 많은 중년남성을 고개 숙인 남자로 만들기도 한다. 이른바 중년남성에게 적잖은 당혹감을 주는 ‘발기부전’이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장년층 남성에겐 비교적 흔한 증상이다. 대한남성과학회에 따르면 40대 이상 남성 2명 중 1명(49.8%)이 이 증상을 호소한다.만족할 만한 성행위가 어렵거나 발기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발기부전을 의심해봐야 한다. 복부비만이 심해지면 찾아오는 증상 가운데 심혈관 질환보다 발기부전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복부비만, 발기부전 부른다

남성의 발기는 음경 해면체 내 혈액의 유입에 의해 이뤄진다. 음경 혈관은 지름이 1~2㎜에 불과할 정도로 좁다. 그래서 다른 혈관보다 먼저 막히는 특징이 있다. 복부비만으로 인한 중성지방이나 고지혈증은 혈액을 끈끈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음경의 혈액 유입이 감소돼 발기부전을 야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발기력이 감소한다면 심혈관질환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동맥경화 등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발기부전은 혈관에 문제가 생겼다는 경고인 셈이다. 의료계에서 발기를 혈관 건강의 신호등으로 보는 이유다. 또 혈관이 서서히 막히는 동맥경화도 혈관 직경이 작은 남성의 음경 내 동맥부터 시작한다. 동맥경화와 같은 질환이 발견되기 평균 38.8개월 전부터 발기부전을 앓고 있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당뇨병에 걸린 남성 중 15~30%는 발기부전으로 고통받는다. 김세웅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발기부전은 혈관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초기부터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발기부전을 단순히 성기능 장애로만 인식하지 말고 중년 남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성인병의 바로미터 중 하나로 봐야 한다”며 “연구 결과 한국 40,50대 남성의 발기부전은 30.5%가 당뇨병, 34.3%가 고혈압, 26.0%가 고콜레스테롤혈증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평소 식사량의 80%만 먹어라”

복부비만을 가진 중년남성은 십중팔구 전립선에도 영향을 미쳐 화장실에 다녀와도 잔뇨감이 남거나 자주 화장실을 오가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게 된다.특히 인체에서 심혈관 질환에 앞서 나타나는 시그널이 발기부전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잘 체크해 대비한다면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같은 엄청난 재앙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따라서 중년 남성이 앞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대사증후군과 발기부전이 시작됐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태영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관 교수는 “발기부전의 상당수가 복부비만으로부터 시작하는데, 복부비만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식이요법·운동요법을 포함한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중년 남성이 복부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으면서 발기부전이 발생한 경우에는 항산화제 및 테스토스테론 등 약물치료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며 “운동부족은 고스란히 뱃살로 이어지는 만큼 하루에 40분 이상을 걷고 평소 식사량의 80%만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 = 안태영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 김세웅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