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방카' 공격영업…생보업계 긴장

저축성보험 공시이율 0.2%P 올려 연 5.1%
국민·기업은행 임원출신 영업맨으로 영입
보험설계사 영업망을 중시했던 삼성생명이 올해 들어 방카슈랑스(은행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체 영업망이 부실해 방카슈랑스에 크게 의존해온 중소형 생보사들은 삼성생명의 공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시이율 0.2%포인트 인상5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1월부터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을 연 4.9%에서 연 5.1%로 0.2%포인트 올렸다. 최근 2년 동안 삼성생명이 책정한 저축성보험 공시이율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와 비슷한 개념이다. 변동금리형 보험상품에 적용하는 이자율을 말한다. 은행권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3~4%대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이 제시한 공시이율은 은행 예금금리보다 최대 2%포인트가량 높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7개월 연속 동결하는 등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삼성생명이 공시이율을 올린 것은 방카슈랑스 판매 확대를 위한 조치다. 저축성보험이 주로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팔리기 때문이다. 방카슈랑스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공시이율을 올리는 것이다.박근희 사장(사진)이 취임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강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 사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2030세대 젊은 층을 잡아야 한다”며 “젊은 층은 연금보험보다는 저축 기능을 결합한 저축성보험에 관심이 많은 만큼 방카슈랑스 영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고일형 전 기업은행 마케팅 담당 부행장과 김영윤 전 국민은행 부천지역본부장을 방카슈랑스 부문 전문위원으로 최근 영입했다.

◆중소형 생보사 ‘울상’삼성생명의 공격 영업 여파로 일부 중소형 생보사들은 생존마저 걱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시이율은 대형사에 비해 영업력이 뒤지는 중소형사들이 한 단계 높게 적용해 왔다. 삼성생명은 중소형 생보사들보다 공시이율을 0.3%포인트가량 낮게 제시해왔으나 올해 들어 그 차이가 사라졌다.

현재 삼성생명보다 공시이율을 높게 책정한 곳은 ING생명(연 5.3%), 대한생명(연 5.2%), 동양생명(연 5.2%), 흥국생명(연 5.2%) 정도다. 교보생명과 신한생명은 삼성생명과 같은 수준이며,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강자로 통했던 알리안츠생명은 연 4.8%, 미래에셋생명은 연 4.9%로 삼성생명보다 오히려 0.2~0.3%포인트 낮다.

생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생명은 전속 설계사들의 반발을 우려해 방카슈랑스 영업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중소형 생보사들은 금리 경쟁력이 사라져 ‘울며 겨자 먹기’로 공시이율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의 공시이율 인상이 과당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주로 투자하는 채권금리는 현재 연 3% 중반”이라며 “공시이율을 연 5%대로 맞추려면 역마진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