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이오와주(州)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미국 아이오와(Iowa)주는 중서부에 있지만 서부영화의 풍광과는 전혀 딴판이다. 사방이 지평선일 만큼 평평하다. 아이오와 출신 저술가 빌 브라이슨은 ‘발칙한 미국횡단기’에서 “전화번호부 두 권을 놓고 올라서면 다 보인다”고 익살을 떨었다.

콘(옥수수)벨트, 비프(소고기)벨트에 속하는 아이오와는 브라이슨의 말처럼 정말 볼 게 없다. 면적은 우리나라의 1.4배인데 인구는 304만명에 불과하다. 주민 92%가 백인이고 농장은 9만여개에 이른다. 사람보다 소 돼지가 더 많다.아이오와주는 영화 덕에 종종 유명세를 탔다. 케빈 코스트너의 1989년작 ‘꿈의 구장’은 아이오와주 시골마을 다이어스빌이 배경이다. 영화 속 야구광인 농부가 옥수수밭을 밀어 만든 야구장은 실제 관광명소가 됐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년)는 아이오와주 매디슨 카운티(郡) 윈터셋에 있는 로즈맨 다리에서 촬영했다. 이 나무 다리의 지붕은 비 맞아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의 이름을 딴 매디슨 카운티는 아이오와 말고도 다른 18개주에도 있다. 역사는 짧고 국토는 드넓으니 붙일 이름이 별로 없었나 보다.

미국 동부 깍쟁이들은 아이오와를 그야말로 깡촌으로 여기지만, 이곳 출신 유명 배우가 꽤 많다. 윈터셋에서 태어난 존 웨인을 비롯해 ‘반지의 제왕’ 프로도 역의 일라이저 우드, 데미 무어의 16살 연하 전(前) 남편 애쉬튼 커처 등이 있다.

미국 대선의 서막인 코커스(당원대회)가 가장 먼저 열려 세계의 이목이 쏠리기도 한다. 연초 공화당의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미트 롬니와 릭 샌토럼이 초접전을 벌였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1972년 시작됐다. 1996년 대선에서 루이지애나주가 먼저 코커스를 열어 아이오와주의 ‘최초’ 타이틀에 도전장을 냈지만 대선 후보들과 언론이 아이오와 코커스를 ‘원조’로 인정한 뒤로는 더이상 도전하는 주(州)가 없다.중국의 차기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최근 방미 중 워싱턴DC에 이어 아이오와주 시골마을 머스커틴을 찾아 화제다. 1985년 지방관리였던 그는 지역 축산대표단을 이끌고 이곳에서 2주간 농장을 둘러보고 가정집에도 묵었다.

추억을 되짚어 27년 만에 찾아간 시 부주석은 인간적인 매력을 심는 효과를 봤다. 60억달러의 콩 구매로 큰 선물까지 안겼다. 껄끄러운 미·중 관계 속에 이래저래 관심을 끈 행보였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