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상륙"…인도 정부, 두손 들고 환영하는 까닭은?

지구촌 리포트 - 인도·브라질·싱가포르

소매 유통시장 개방, 첫 시험무대 될 듯…해외기업도 촉각
글로벌 음료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뉴스가 지난달 인도 뉴델리에서 타전됐다. 스타벅스가 인도 타타그룹과 손잡고 인도 커피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인도는 인구 12억명을 가진 거대시장이자 세계 4위 커피생산국. 이곳에 세계 최대 커피체인점이 8000만달러를 투자하며 도전장을 냈다는 것은 빅 뉴스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인도시장 진출이 흥미를 끄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인도는 올초에 소매유통시장을 개방할 정도로 폐쇄적인 시장인데다, 규제가 많기로 유명하다. 또 합작파트너를 잡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독특한 시장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복잡한 시장환경 속에서 스타벅스가 성공적으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시장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인도의 커피전문 매장 수는 2000여개에 불과하다. 2010년 현재 인도의 커피 소비량은 10만8000t으로 10년 전보다 80% 늘었다. “커피 소비 인구가 매년 1억명씩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2억 인구 중 절반이 넘는 25세 이하의 젊은층이 서구 입맛과 외식 문화에 익숙한 점도 매력적이다. 따라서 대도시만 얼핏 잡아도 앞으로 5년간 5000개의 이상의 커피전문점이 문을 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비즈니스 환경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인도정부는 올해 1월 초 외국인의 단일 브랜드(단일 상표 품목의 소매유통업) 투자를 허용하고 지분도 100% 가질 수 있게 했다. 이제 막 시장이 개방됐다는 것은 시장구조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인도는 일반적으로 복잡한 조세제도와 주별로 서로 다른 정책 및 규제 때문에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이 골치를 앓는 경우가 많다. 또 어떤 현지업체와 협력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는데 파트너를 구하는 작업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벅스도 타타그룹과 계약하기 전까지 인도의 최대 유통체인점인 퓨처그룹 등과 협력을 모색하며 약 7년간 준비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스타벅스는 오는 8월 뭄바이에 타타스타벅스 1호점을 낼 계획이다. 연내 50개의 매장을 여는 게 목표다. 크리시나 쿠마르 타타그룹 부회장은 “이번 합작이 인도 소매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도정부가 이처럼 소매유통시장을 개방하는 이유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늘려 경제가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데 있다. 2011~12 회계연도 성장률은 8.4%로 8.5%에서 하락했고, 2012~13 회계연도 성장률 정부 전망은 당초 9%대에서 7%대까지 추락하자 경제 회생책을 외국인 투자에서 찾은 것이다.

최근 월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매장을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KFC는 앞으로 3일에 하나씩 매장을 늘려 2015년에 1000개의 가게를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인도정부는 이번 스타벅스의 커피시장 진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스타벅스 효과’가 나타나 해외 기업들의 인도시장 진출이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어서다.

반대로 스타벅스가 고전할 경우 상당수 해외기업들이 인도시장 진출을 미루거나 보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타벅스의 인도시장 진출은 글로벌 유통업체뿐 아니라 인도정부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경률 < 뉴델리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