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 가격의 3.5배…감귤 '金귤'된 까닭은

출하량 조절 실패 탓
일주일새 40% 급등
겨울 막바지에 접어드는데도 감귤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1일 집계한 감귤 상품(上品) 10 상자의 평균 도매가는 5만1600원으로, 집계가 시작된 1996년 이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작년 이맘때(1만5170원)나 최근 5년 평균인 평년 가격(1만4690원)의 3.5배에 달해 ‘금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조사가 시작된 1996년 이전 국내 물가를 감안할 때 지금 감귤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게 대형마트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겨울 과일인 감귤은 통상 2월이 되면 가격이 보합세를 띠거나 슬슬 내려가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지금은 1개월 전(2만2100원)보다 133.5%, 1주일 전(3만6800원)보다 40.2% 뛰는 등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겨울 감귤은 당도가 높고 크기도 적당했다. 작황이 나빴던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값이 폭등한 것은 출하량 조절에 실패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출하량은 180으로 지난해 같은 날 1048의 17%에 그쳤다.

감귤은 대표적인 해거리 작물로, 한 해 농사가 잘되면 이듬해 수확이 줄어드는 등 풍작과 흉작이 번갈아 온다. 올 겨울에는 풍작이 예상됐었다. 이 때문에 제주 지역 농민들은 지난해 수확기(10~3월)를 앞두고 가격 폭락을 예방하기 위해 감귤 나뭇가지를 잘라 생산량을 줄이는 감벌을 단행하기도 했다.감귤출하연합회 관계자는 “2010년에는 생산량이 적을 것으로 예측하고 저장 물량을 많이 확보했지만 올 겨울엔 풍년이 예상돼 비축도 상대적으로 많이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 한파가 닥치는 등 기상 악화로 예상보다 수확량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품질이 좋아 찾는 사람은 많은데 공급량은 줄어 가격이 이례적으로 급등했다는 설명이다.

도매가 상승의 영향으로 전국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에서의 감귤 값도 평년보다 80% 이상 높았다. 이날 집계된 감귤 상품 10개의 평균 소매가는 4729원으로 한 주 전(3787원)보다 24.9%, 한 달 전(2656원)보다 78% 높았다.

임현우 /조미현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