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가 안정, 정부와 업계는 서로 비난만 할 텐가

국내 휘발유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같은 원유를 수입해 쓰는데 왜 일본 기름값은 우리보다 덜 오르는지 살펴보라”고 지적했다. 유가가 급등하던 지난해 초 “기름값이 묘하다”고 발언한 지 1년여 만이다. 지난해 대통령의 발언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우리가 보아온 대로다. 정부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격조사를 했지만 이렇다할 업계의 폭리나 담합은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자 지식경제부 장관이 정유사들에게 ‘성의 표시’를 압박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 위협을 가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기름값 ℓ당 100원 인하 조치였다. 이후 유가가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기름값은 점차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제 기름값이 다시 급등하자 1년 전 일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의 유가 언급이 그렇고 정부와 업계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것도 똑같다. 정부는 일본과 달리 우리 정유업계는 과점구조인데다 유통마진도 많아 기름값이 더 오른다고 주장한다. 반면 업계는 유류세가 너무 높은데다 정액제인 일본과 달리 우리는 정률제로 돼 있어 국제유가 상승의 충격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아마 이번에도 공방이 오가다 정부의 찍어누르기에 잠시 업계가 굴복하는 모습을 보인 뒤 기름값이 내리면 모든 게 흐지부지될 것이다.언제까지 이런 우스꽝스런 소동을 반복할 수는 없다. 정부는 잠시 업계의 목을 비틀면 된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국내 유가 결정방식을 찬찬히 뜯어보고 개선점을 찾아내야 한다. 싱가포르 현물가격을 기준으로 한 지금의 휘발유 가격 결정방식에 보완 여지는 없는지 일본 등 해외 사례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유류세 부과를 평균 정액제로 하거나 요율 변경 요건도 차제에 신축적으로 바꿔볼 필요가 있다.

정유업계도 변해야 한다. 업계는 일본 기름값이 덜 오른 이유를 엔고로 돌리고 있지만 최근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최근의 급격한 엔 약세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기름값 인상 요인을 잘 흡수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서로 네탓만 할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