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예산만 올해 6조…"정부 탁아소가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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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지 브레이크 없는 질주정부가 지난해 보육 분야에 쓴 돈은 4조6412억원이다. 올해는 만 5세 공통보육과정(누리과정)과 만 0~2세 무상보육 실시로 보육 예산이 6조4570억원으로 늘어난다. 전년보다 40% 급증한 규모다.
정치권 양육수당 공약 남발
내년 보육 예산 10조 육박
수요 늘어 보육시설 태부족
정치권이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쏟아붓는 공약들까지 시행되면 내년 보육 예산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급증하는 아동복지 지출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최근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무상 보육 및 양육수당 확대 정책을 이행하려면 내년 보육 예산이 올해보다 53% 증가한 9조9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두 당이 제시한 보육 정책은 서로 베낀 듯 똑같다. 만 0~5세까지는 소득과 관계없이 보육료를 지원하고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 가정에는 양육수당을 지원하도록 했다. 지원 금액도 △0세 월 20만원 △1세 15만원 △2~5세 10만원으로 차이가 없다.
◆보육인프라 개선에는 무관심또 다른 공통점은 보육 인프라 개선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투표권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에만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증가하는 보육 수요에 맞춰 시설을 늘리고 공급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없다.
정부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돈을 쓸 것이었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국가가 책임지고 탁아소를 짓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가 바닥 수준인데 무작정 수요만 더 늘리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전국 어린이집 3만9000여곳 가운데 그나마 시설이 잘 갖춰졌다는 국공립은 2000여곳(5.3%)에 불과하다. 어린이집에 맡기는 아동 134만여명 중 국공립 시설에 다니는 아이들은 14만여명(10.6%)뿐이다.지난 두 달 동안 영유아 보육료 신청건수가 급증하고 아이사랑카드를 발급받기가 어려워진 것도 보육료를 정부가 주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어린이집이 학부모 고른다
갑자기 늘어난 보육 수요로 어린이집들이 학부모를 고르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종일 아이를 맡아야 하는 맞벌이 부부가 기피 1순위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영유아를 맡은 교사는 3명 이내의 아이만 돌보도록 규제를 받고 있다”며 “정부에서 한 아이당 70여만원의 보육료를 지원받더라도 세 아이 다 합쳐봐야 220만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오후 늦게까지 하루 종일 돌봐야 하는 맞벌이부부 아이를 맡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권이 중산층 학부모를 겨냥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을 뿐 보육 인프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부족하다”며 “보육서비스 공급능력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