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똑딱 랠리 몇 번에 턱 밑까지 차오른 숨…스매싱 성공 땐 '짜릿'

'2.7g의 마술'유남규 탁구 따라잡기

경례하는 느낌으로 스윙…내릴 땐 허리까지 돌아야
"날아오는 공에만 집중을"…충고 한마디에 공이 커보여

‘틱톡, 틱톡, 틱톡……’ 연이은 랠리가 10여차례 이어지더니 강력한 드라이브가 꽂힌다. “예!” “아……” 공격에 성공한 선수의 짧고 강한 환호와 수비에 실패한 선수의 아쉬운 탄식이 경기장 안을 울린다.

탁구는 변화무쌍한 공의 움직임으로 펼치는 ‘2.7g의 마술’. 현역 시절 두뇌플레이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유남규 탁구 국가대표팀 감독(44)에게 탁구의 기본기를 배우기 위해 9일 서울 공릉동의 태릉선수촌을 찾았다.태릉선수촌 탁구장은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열기로 후끈했다. 유승민 오상은 주세혁 등 국가대표 선수 20여명이 10개의 테이블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쪽 벽에 1966년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충용부터 2004년 아테네올림픽 유승민까지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오전 훈련이 끝난 뒤 유 감독과 탁구 레슨을 시작했다. 유 감독은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만 해도 탁구는 보는 스포츠였는데 이제는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가 됐다”고 말했다.

라켓은 펜홀더와 셰이크핸드 가운데 익숙한 펜홀더를 집어들었다. 펜을 잡듯이 라켓을 쥔다고 해서 펜홀더 라켓이라 부른다.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기 때문에 좀더 섬세하고 정교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다. 양발은 어깨 너비보다 조금 넓게 벌리고 11자에서 앞꿈치를 살짝 바깥으로 벌려 안정감 있게 섰다. 무릎은 살짝 굽힌 뒤 상체는 약간 앞으로 숙여 무게중심을 앞으로 당긴다.포어핸드 스트로크의 기본자세는 라켓을 든 오른팔을 어깨와 수평으로 내민 뒤 경례하는 느낌으로 이마까지 끌어올리며 스윙을 한다. 유 감독은 “경례하고 돌아올 때 팔꿈치만 빠지는 게 아니라 라켓과 허리가 함께 돌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빈 스윙을 몇 번 하자 게임 상대가 등장했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남자 복식 금메달리스트 이철승 대표팀 코치다.

2~3초 간격으로 날아오는 공을 치기를 30여차례 반복하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때린 공을 보지 말고 날아오는 공에만 집중하라”는 이 코치의 충고를 듣고 보니 지름 40㎜의 공이 어느 순간 테니스공처럼 크게 보였다. 몸이 리듬에 맞춰 저절로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스트로크가 이어졌다. “금세 좋아졌네”라는 칭찬에 어깨가 들썩였다.백핸드 스트로크는 라켓을 몸 앞으로 내민 뒤 다가오는 공을 향해 밀어주는데 엄지손가락으로 라켓을 살짝 눌러준다는 느낌으로 해야 한다. 주의할 것은 팔꿈치가 겨드랑이에서 떨어지면 안 되고 앞으로 나간다는 느낌으로 밀어줘야 정확한 스트로크가 된다.

서비스를 할 땐 손바닥에 공을 올려놓고 상대방에게 보여준 뒤 16㎝ 이상 띄워 임팩트를 보여줘야 한다. 임팩트할 땐 내 몸통을 때린다는 기분으로 오른쪽 팔꿈치를 최대한 붙여 볼을 살짝 깎아치며 밀어줘야 한다. 30여회 연습을 해도 실수 연발이다. 기본기 중 가장 난이도가 높게 느껴졌다. 서비스를 받는 리시브는 임팩트하는 순간 들어주는 느낌으로 커트하는 게 포인트다.

탁구 동호인은 70만명 정도이지만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100만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대회가 한두 달에 한 번씩 열리고 지방자치단체별 대회는 수시로 개최될 정도로 인기 있는 생활 스포츠다.유 감독은 “높은 집중력, 예민한 감각, 명민한 두뇌플레이가 필요한 운동”이라며 “최소 3~4수를 내다봐야 하기 때문에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