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발효] 몰려오는 해외 로펌…법률 · 회계서비스 선택 넓어진다

우편물 배달회사 설립 가능…통신 간접투자 전면 허용도
FTA가 발효되면 물건만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 시장도 빗장이 풀린다. 우편·통신·서비스, 법률 및 회계·세무서비스 등 시장에서 한국과 미국업체 간 경쟁이 이뤄지면서 소비자들로선 TV채널 돌리듯 다양한 선택권을 쥘 수 있게 된다. ◆‘미드’ 미국 한국 동시 방영

무게가 350g을 넘거나, 우편기본요금(현재 250원)을 10배 이상 초과하는 우편물은 국가 독점에서 제외된다. 지금도 퀵서비스나 택배 등 형태로 민간사업자들에게 사실상 허용된 사업을 범위를 정해 합법화시켰다는 의미도 있다. 아울러 외국기업에도 동일한 정도로 개방된다. 따라서 미국의 물류기업 UPS도 한국에서 우편물 배달회사를 설립해 택배나 화물배송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방송채널사용사업(PP)의 외국인 직접투자 제한(49%)은 유지하되 간접투자 제한(49%)은 3년 뒤에 철폐된다. 즉 3년 뒤면 미국 방송사가 국내 케이블 채널에 100% 투자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 폭스 TV가 폭스 TV코리아 같은 방송채널사용사업체를 설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폭스 TV는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내보낼 수 있다.

통신시장에도 간접투자가 전면 허용된다. 2년 뒤에는 현행 49% 투자제한이 철폐돼 별도 통신사 설립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파장은 미미할 것이란 게 업계 측 관측이다.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제한하는 예외조항이 묶이기 때문이다.

◆5년 뒤 미국 로펌이 국내 변호사 고용 법무·회계·세무분야는 단계적으로 개방된다. 법무서비스는 3단계, 회계·세무분야는 2단계로 개방되며, 둘 다 5년 뒤면 100% 문이 열린다. 미국 로펌이 한국 로펌을 흡수합병할 수 있고, 국내 변호사를 채용할 수도 있다.
기업 등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미국 로펌이나 회계법인으로부터 선진적인 서비스를 제공받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벌써부터 미국 로펌들은 “글로벌 룰은 우리가 더 잘 안다”며 한국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서울 사무소에 입주할 직원들은 한국말에 능통한 한국계 미국변호사가 대부분이다. 또 홍콩 등지에서 한국기업들을 오랜기간 상대한 베테랑들이어서 서비스의 질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제프리 스톤 맥더못윌앤드애머리 회장은 직접 방한해 본지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글로벌마켓에서 전쟁 중인 한국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전 세계에 파트너만 400명이 넘는 맥더못 같은 화력이 필요하다”고 존재감을 알렸다. 김종한 폴헤이스팅스 변호사는 “지금도 코오롱인더스트리의 1조원대 영업비밀침해소송을 비롯해 대한항공 및 LG디스플레이의 담합소송, 호남석유화학의 영업비밀침해소송 등에서 한국 기업들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얼굴 알리기에 열심이다.

◆토종-외래 로펌 간 한판 대결은 불가피

현재 법무부에 사무소 개설을 위해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미국 로펌은 모두 9곳이다. 폴헤이스팅스, 롭스앤드그레이, 셰퍼드멀린, 클리어리고틀립, 코헨앤드그레서, 스콰이어샌더스, 파크앤드어소시에이트, 코빙톤앤드벌링, 맥더못윌앤드에머리 등이다. 공격적 성향으로 알려진 영국 로펌은 클리포드 찬스 한 곳만 신청한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 로펌들은 하나같이 겉으로는 “한국 로펌과는 경쟁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이인영 맥더못 변호사는 “한국 기업들에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진출 목적이기 때문에 한국 로펌들과는 윈윈하는 협력관계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