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부지의 화려한 변신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 못낸다"…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붐
서울 왕십리뉴타운 인근 황학동 938 일대 SK주유소 부지. 기존에 있던 주유소 시설을 지난달 말 철거하고 오피스텔 204실과 도시형 생활주택 98가구가 함께 들어서는 주거복합건물 신축 공사 준비에 한창이다. 시행자는 SK에너지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아 15개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대리점 서울석유(주)다. 이 업체는 주유소 과다 설립 탓에 마진율이 떨어지는 일부 주유소를 대상으로 수익형 부동산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석유는 황학동 부지에 지을 주거복합빌딩을 분양하기 위해 오는 23일 모델하우스 문을 열 계획이다. ‘DUO’라는 자체 브랜드도 만들었다. 이 회사 강영진 개발사업부 상무는 “첫 분양사업인 만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주변 시세보다 훨씬 낮은 3.3㎡당 980만원대에 분양가를 책정했다”며 “내년 초에는 인천 숭의동 로터리 대로변의 주유소 부지를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도심 대로변에 위치해 입지여건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주유소 부지를 수익형 부동산으로 개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국적으로 주유소 숫자가 적정 수준을 웃도는 상태여서 치열한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어서다.

SK에너지, GS칼텍스 등 정유사들의 직영주유소는 물론 대리점, 개인사업자 등이 보유한 자영 주유소들이 주요 개발 대상이다. 주유소 개발의 첫 성공 사례로는 SK네트웍스가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인근 SK주유소를 허물고 2009년 완공한 40층 높이의 주상복합 ‘S트레뉴’가 꼽힌다. 서교동 홍익대 앞의 청기와주유소도 관광호텔로 개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성수동1가의 A주유소도 아파트형공장(지식산업센터) 개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최근 유가 고공행진과 알뜰주유소 출범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어 경영난에 빠진 영세주유소가 늘고 있다”며 “부동산 개발로 돌파구를 삼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