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의 공정위 조사방해 건에 대한 조금 다른 설명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발생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방해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CCTV에 찍힌 삼성전자 직원들의 허둥대는 모습은 초일류기업의 이미지를 무색하게 했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이 같은 조사 방해행위는 그 어떤 비난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조사 방해에만 초점을 맞출 수 없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지난 15일 공정위는 통신사, 제조사가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속였다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계가 소송 움직임을 보이자 공정위가 사건을 공개하며 삼성을 여론재판의 틀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보조금을 감안해 가격을 고의적으로 높게 책정한다는 첩보에 따라 조사에 나섰다고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보조금 문제라면 이를 관할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데 공정위가 굳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쳐들어가 조사했어야 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방통위는 지난해 동일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이미 때린 바 있다. 부처 협의만으로도 공정위의 정보파악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고 이는 명백한 이중 처벌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공정위가 방통위의 이중규제 의견까지 묵살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양 기관 간 무슨 마찰과 알력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언제부턴가 정부의 힘센 부처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기업을 상대로 ‘무조건 조사’부터 벌이고 본다는 점이다. 공정위 방통위는 물론 국세청 검찰 경찰 등 곳곳에 “암행어사 출두요!”를 외치고 마패들이 번쩍거린다. 이러니 기업들로서는 피해의식부터 갖게 되는 것이다.

사건과 직접 관련된 부분만 조사하면 그래도 낫다. 아무 상관도 없는 꼬투리를 발견하면 이를 은밀히 보관했다 기업을 옥죌 때 써먹는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원래 기밀이 많은 곳이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조그만 정보 하나만으로도 경쟁판도가 흔들리고 특허전쟁에서 승부가 갈린다. 공무원이라고 무조건 덜컹 문을 열어주는 식일 수는 없지 않나. 같은 사안을 놓고 마패들이 돌아가면서 사업장을 열어 젖히는 최근의 버릇은 왜 생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