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자사주 매입, 10억 넘어야 '약발'

6개월후 평균 11.3% 상승
지수 상승률 크게 웃돌아
저평가종목 매수땐 바닥 신호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하 내부자)들이 자사주를 사들이면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품게 된다. 기업 정보를 얻기 쉬운 내부자가 주식을 사면 뭔지 모르지만 실적 개선이나 호재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1~9월 내부자의 주식거래 동향을 조사한 결과 10억원어치 이상은 사야 6개월 후 주가가 의미있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자 대량 매수 후 주가 강세23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이 2010년 1월부터 9월20일까지 내부자의 주식 매수 6개월 후 주가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10억원어치 이상을 사들였을 경우 6개월 후 주가는 평균 11.28% 상승했다. 이는 시장수익률 대비 8.59%포인트나 초과 상승한 것이다. 유석진 와이즈에프엔 상무는 “내부자는 6개월 이내에 차익을 실현할 경우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6개월 이상을 바라보고 산다는 전제 하에 6개월 후 주가 등락을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매수 규모 50억원 이상도 8.96% 상승, 시장 대비 9.15%포인트 더 올랐다. 반면 10억원 미만을 샀을 경우 6개월 후 주가는 3.46% 오르는 데 그쳐, 0.49%포인트 초과 상승에 머물렀다.

우성사료는 정보연 회장이 작년 6월17일 12억8000만원어치의 자사주를 사고 6개월 뒤 주가가 110.7%나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9.4% 내렸다. 지수 대비 120.1%포인트 더 오른 셈이다. 최대주주 박병준 이사가 산 홈센타도 지수 대비 81.5%포인트 더 올랐고, CJ제일제당(72.3%포인트)과 LG패션(66.7%포인트)도 이재현 회장과 구본걸 회장이 매입한 후 6개월간 큰 폭으로 상승했다.자본금 규모에서는 1000억원 이상 대형주가 3.78%포인트 초과 상승했다. 자본금 300억~1000억원은 2.90%포인트 더 올랐으나 300억원 미만 소형주는 거꾸로 0.13%포인트 덜 올랐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 종목이 6개월 후 2.91% 초과 상승해 코스닥 종목(-1.13%)보다 내부자 주식 매수 효과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자 10억원 이상 산 종목은최근 6개월간 한진피앤씨 대덕전자 한글과컴퓨터 성우하이텍 태림포장 카프로 LG상사 세원물산 금강공업 아시아시멘트 가온전선 등의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들이 자사주를 하루에 10억원 이상씩 사들였다. 이수영 한진피앤씨 사장은 지난 14일 자사주 12만여주를 11억9100만원에 장내에서 순매수했다.

김영재 대덕전자 사장은 9일, 12일 이틀에 걸쳐 각각 41억원, 3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한글과컴퓨터의 김상철 회장과 김정실 이사도 각각 1월과 2월 10억원이 넘는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투자했다.

이들 종목 역시 주가는 전반적으로 강세다. 한진피앤씨는 매입 후 지수 대비 3.5%포인트(21일 기준), 대덕전자는 3.8%포인트 각각 초과 상승했다.최근 6개월간 10억원 이상 사들인 30건 거래 중 6건을 제외한 24건이 시장보다 나은 수익률을 올렸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대주주 등이 주식을 사는 것이 단순 주가방어용인지,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지에 따라 주가 흐름이 다를 것”이라며 “주가가 바닥권일 때 10억원 이상 거액을 투자하는 건 반등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