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금융위기, 저금리 탓 아니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2008년 발생한 미국의 금융위기는 Fed가 장기간 유지한 저금리 정책 탓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금융위기를 수습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3년 넘게 제로 수준(0~0.25%)으로 묶어두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22일(현지시간) 조지워싱턴대에서 지난 20일에 이어 가진 두 번째 강연을 통해 “어떤 증거들을 봐도 2000년대 초 Fed의 저금리 정책이 (금융위기 방아쇠가 된) 주택 경기 거품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들의 주택 경기, 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주택시장 거품 형성 시기를 비교해보면 명백히 확인된다는 것이다.그는 “미국 주택시장에 거품이 형성되던 시기에 긴축통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던 영국에서도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 주택 가격은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인 1990년대 말부터 오르기 시작했고, Fed가 2004년 금리를 올려 긴축정책에 나선 후에도 급격하게 올랐다”고 덧붙였다.이는 전임인 앨런 그린스펀 의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이다. 1987년 8월부터 2006년 1월까지 재임한 그린스펀 전 의장은 장기 저금리 정책으로 장기적인 경제 호황을 주도했다는 평가와 함께 금융위기 씨앗을 뿌렸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