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개편 '산 넘어 산'…초안 발표 총선 이후로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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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요구 빗발칠까…조율 맡은 금융위도 난감신용카드 수수료 개편안 초안 발표시점이 총선 이후로 늦춰졌다. 개편작업의 주도권도 당초 여신금융협회에서 금융위원회로 바뀌었다. 국회가 카드 수수료 관련 법안에 손댄 탓이다. 개편 작업과정에서 혼선을 빚으면서 일각에선 시장 기반의 수수료 체계 도입 및 영세 가맹점 부담 완화가 대선 이후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대선까지 질질 끌 수도
◆“총선 전엔 안된다”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새 카드 수수료 체계 초안의 발표 시기를 4월20일 이후로 잡고 있다”고 25일 말했다. 여신금융협회는 당초 이달 안에 카드 수수료 개편안 초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한국개발연구원(KDI),금융연구원, 삼일PWC 등 세 곳에 용역을 줬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특별한 요인이 있다기보다는 국회의원 총선 이후에 내놓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많아 그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카드 수수료 개편작업이 늦춰지는 이유는 국회가 지난달 말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을 고쳐 금융위원회로 하여금 영세 가맹점에 대해 우대 수수료율을 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총선 전에 개편안 초안이 나올 경우 표 모으기에 급급한 정치권에서 난리칠 것이 뻔하다고 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는 세 곳의 용역기관에서 초안을 내놓은 이후 조율작업은 금융위가 담당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회가 정부에 그 작업을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가 가격을 정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맞지도 않고 외국에서도 그런 사례가 없다”며 “앞으로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금융계 한편에선 수수료 개편작업이 대선 이후로 표류할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금융위와 카드업계는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상반기 중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새로 꾸려지는 국회와 대선 레이스에 들어가는 정치권이 이런저런 요구를 해 오면 대선이 끝나야 본격적인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개편작업 ‘산 넘어 산’
현재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업종별로 정해져 있다.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업계는 이를 결제금액 중심으로 ‘정액제+정률제’의 체계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결제금액 기준으로 2만~3만원 이하의 경우 100원, 결제금액이 2만~3만원을 넘으면 일정률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액 구간에서 일정액의 수수료는 수수료율로 환산하면 지나치게 높아지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예를 들어 2만원 이하에서 수수료가 100원으로 정해지고 동네 슈퍼마켓에서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판 경우 수수료율이 4%(100원/2500원)가 된다. 현재 영세 가맹점에 적용되는 수수료율 1.8%보다 오히려 높아지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신용카드 결제에서 1만원 이하 소액결제 비중은 30%를 웃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액제는 소액결제가 많은 중소 가맹점에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종 구분 단순화도 ‘뜨거운 감자’ 다. 업종 단순화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떻게 바뀌더라도 불만을 가지는 업종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바뀐 여전법을 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수수료율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일부 업종의 가맹점들이 단체행동을 하면 또다시 사회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업종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전체적으로 카드 수수료율 자체를 낮춰야 하는데 카드사들은 더 낮추면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다.
카드 포인트 또는 마일리지 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카드 이용자들도 새 수수료 체계에 반대할 공산이 높다. 정치권이 영세 가맹점들의 표를 얻고자 시작한 작업이 곳곳에서 더 복잡한 문제를 낳고 있다.
박준동/박종서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