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인재 중용하는 오바마…'김용 카드' 꺼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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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리더십 … 빈곤퇴치 적임자아시아계 인재들을 활용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용인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세계은행 총재 후보에 한국계인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53)을 지명했다. 지난해에는 성 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주한 미국대사에 임명했다. 앞서 중국계인 스티븐 추 미 스탠퍼드대 교수를 에너지장관으로 중용했고, 역시 중국계 이민2세인 게리 로크 상무장관도 주중 미국대사로 보냈다.
아이티 대지진때 클린턴과 재건 구슬땀
대학축제 무대에 올라 랩 부르며 춤추기도
◆창의적이고 행동하는 리더김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발탁된 데는 창의적이고 행동하는 그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로이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장과 하버드대 국제보건·사회의학과장을 거치면서 복잡한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전하는 평도 다르지 않다. 하버드대 의대에서 같이 일했던 아툴 과완드 공공보건의는 “김 총장은 비전을 행동으로 바꾸는 타고난 실행가”라고 평가했다. 김 총장은 다트머스대 총장에 취임한 뒤에도 대지진이 발생한 아이티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같이 재건활동을 벌였다.
그는 이론을 넘어 행동하는 리더다. 조너선 스키너 다트머스대 교수는 “대부분의 대학 총장들이 학생들에게 밖으로 나가 세상을 변화시키라고 말하지만 김 총장처럼 자신이 직접 밖으로 나가 세상을 변화시킨 총장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평소 “리더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책임감을 가진 사람, 나 이외의 다른 나머지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 게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그는 개방적 리더십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다트머스대 장기자랑 결승전에서 흰색 재킷과 흰색 중절모, 검은색 티셔츠, 야광 플라스틱 팔찌, 로봇 눈과 같은 안경을 하고 학생들과 율동을 펼치면서 팝송 ‘타임 오브 라이프(time of life)’를 열창했다. 노래 중간에 나오는 랩 부문도 소화했다.
◆오바마의 아시아 중시 정책
오바마 대통령이 김 총장을 지명한 것은 아시아지역을 중시하는 전략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기 회복은 더뎠고, 유럽 국가들은 재정위기에 빠졌다. 반면 중국 한국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을 주도했다.김 총장이 태어난 한국은 6·25전쟁 이후 세계은행의 지원을 통해 선진국 문턱까지 경제가 성장한 국가다. 세계은행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갈등을 해소하고 접점을 찾는 중재자로서 안성맞춤이다. 경제 성장의 노하우를 저개발국에 전해줘 지속적인 글로벌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북핵 전문가인 성 김 대표를 주한 미국 대사에 파격적으로 기용한 것은 한·미동맹을 한차원 더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동시에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북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한국 정부는 오바마의 이번 지명을 개도국 개발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성명을 통해 “세계은행이 새로운 총재를 중심으로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개도국의 빈곤과 격차 해소를 위한 개발 아젠다’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