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무적함대'…스페인도 구제금융說
입력
수정
재정적자·은행 부실 눈덩이스페인이 조만간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소문이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스페인 정부의 능력을 넘어서는 엄청난 양의 국가부채와 부동산 버블 붕괴가 촉발한 은행권의 부실이 루머의 진원지다. 스페인이 ‘제2의 그리스’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무리한 긴축으로 경기침체
국채금리·부도 위험 껑충
EU는 "지원계획 없다" 일축
마켓워치는 28일(현지시간) 스페인 정부가 연내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은 지난달 은행권에 연말까지 총 500억유로(74조80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 확충을 강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은행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스페인 정부가 결국 트로이카에 손을 벌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단 EU는 “당장은 구제금융을 지원할 계획이 없다”며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최근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담보대출의 회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어 스페인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충당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스페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구제금융이 아니면 은행들을 살릴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7100억유로(1065조원)에 달하는 부채도 부담이다. 스페인은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8.5%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올해 5.3%까지 줄이기로 EU와 합의했지만 이를 지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 지출을 15% 줄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리한 재정긴축은 오히려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그리스가 겪었던 ‘긴축정책→국내 경기 위축→세수 감소→재정 악화’의 악순환을 스페인이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헤수스 페르난데스 빌라베르데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도 “재정긴축 계획은 불황을 가속화해 결국 국가재정을 파탄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스페인 노조는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29일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이 같은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 스페인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근 열흘 새 0.29%포인트 올라 28일 4.20%를 기록했다. 국가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스페인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위험수위인 연 5%를 넘긴 상태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스페인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경고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