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40대 남성, 美 대학서 총기난사…7명 사망

5년 전 '조승희 악몽' 떠올라 교민들 '충격'

영어 서툴러 왕따…자퇴 후 수업료 반환 요구
"교직원 쏘려했지만 못찾자 학생들에 분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있는 오이코스 신학대학에서 2일(현지시간) 작년 말 이 학교를 자퇴한 한국계 영주권자 고원일 씨(43)가 권총을 난사, 7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하는 총기 사건이 발생했다. 사상자들이 대부분 한인들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2007년 4월 한국계 교포 조승희 씨의 미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을 겪은 교민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운 채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등 현지 언론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시간은 오전 10시33분께. 대학 내 간호대학 강의실에 들어선 고씨는 45구경 권총으로 첫 번째 줄에 앉은 한 여학생의 가슴에 조준사격을 가한 뒤 다른 학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난사했다. 현장에 있던 다윈더 쿠어 씨(19·여)는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같은 학생이었던 고씨가 우리들에게 ‘모두 벽에 기대 서라. 너희들 모두 죽이겠다’고 고함을 질러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고씨는 8명이 수업을 받고 있는 옆 강의실도 찾아갔지만 데첸 양좀 씨(28)가 총소리를 듣고 재빨리 강의실 문을 잠그고 불을 끄자 문을 향해 몇 발을 쏘곤 포기했다. 이후 고씨는 약 1시간30분 뒤 학교에서 약 8㎞ 떨어진 쇼핑몰에서 체포됐다. 체포될 당시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았다.

이날 대학 안에 있던 학생과 교직원은 35명가량이었다. 학교 관계자는 “월요일인 오늘은 주로 ESL(외국어로 배우는 영어) 코스와 간호대 수업 밖에 없어 교내에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 목사 김모씨가 10년 전 설립한 오이코스대에는 신학, 음악, 간호학, 동양의학 등 학과가 개설돼 있다. 한인 학생들은 신학과 음악대학에 많이 등록해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고씨가 오클랜드에 사는 미국 영주권자라고 확인했다. 샌프란시스코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영사를 현지에 급파, 피해 상황 등을 파악 중이다. 사망자 중 한 명은 한국인으로 확인됐으나 나머지 사망자들의 신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진 쿠안 오클랜드 시장은 이날 저녁 경찰, 영사관 관계자와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부분의 희생자가 한국인들”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고씨가 작년 11월 학교를 자퇴하는 과정에서 교직원들과 마찰을 빚은 것이 범행 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워드 조던 오클랜드 경찰서장은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고씨는 학교 측에 앙심을 품고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든 채 학교에 들어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며 “당초 교직원을 쏘려고 했지만 찾지 못하자 눈에 띄는 학생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목격자들은 고씨의 학교생활이 원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새너제이머큐리뉴스도 “고씨가 영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학생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의 어머니와 형이 지난해 잇따라 세상을 떠났고 그는 아버지와 별거 중이다. 고 씨는 오클랜드로 이사오기 전 거주했던 버지니아주 헤이스의 한 아파트에서 임대료 1300달러를 내지 못해 퇴거조치를 당했다. 약 2만3000달러의 세금도 체납했다.교민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버지니아주에 사는 한 교민은 “이번 일로 한인들이 미국사회에 부정적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임기훈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