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9%대 탈환…기아 'K5 효과' 30% 늘어

美경기 '봄바람'에 현대·기아車 3월 판매 사상 최고

美 소비심리 '해빙'…빅3·도요타도 선전
高유가에 소형차 인기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는 등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시장점유율 9%대에 재진입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가 조금씩 풀리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팔린 자동차는 총 140만4623대로 작년 3월보다 12.7% 많아졌다. 현대·기아차는 총 12만7233대를 판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전 최고치는 지난해 4월의 10만8828대였다. 시장점유율은 9.1%로 작년 8월(9.3%) 이후 다시 9%대에 진입했다. 기아차는 옵티마(국내명 K5)의 인기에 힘입어 30.2% 늘어난 5만7505대를 팔았다. 월간 판매량이 5만대를 넘어선 것은 미국 진출 후 처음이다. 현대차도 12.7% 늘어난 6만9728대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북미 자동차 ‘빅3’ 업체들도 나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제너럴모터스(GM)는 전년 동월보다 11.8% 늘어난 23만1052대를 팔았다. 포드의 판매량은 22만2884대로 5.0% 늘었다. 크라이슬러는 34.2% 급증한 16만3381대를 판매했다.

일본 업체들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도요타는 15.4% 늘어난 20만3282대를 판매했다. 이 회사의 3월 판매량이 20만대를 넘어선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닛산도 13만6317대로 12.5% 늘었다. 카를로스 곤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뉴욕모터쇼에 참석, “올해 미국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며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고급차 수요도 늘어나 메르세데스 벤츠는 미국에서 지난 1분기 판매량이 15.3% 늘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신차 구입에 나서면서 미국 자동차 시장이 금융위기에 빠진 2008년 이후 최대 판매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자동차 판매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할부금융의 금리부담이 낮아졌다”며 “중고차 값이 오른 것도 신차 구매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치솟으면서 연비가 좋은 소형차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준중형과 소형차 판매는 작년 3월보다 23% 증가했다. 소형차를 판매하는 피아트는 지난달 3712대를 팔아 작년 동월의 500대보다 실적을 7배 이상 늘렸다.

픽업트럭인 크라이슬러 닷지의 램과 포드의 F시리즈 판매가 각각 23%, 9% 증가한 것도 미국 경기 전망을 밝게 하는 대목이다. 픽업트럭 판매 증가는 자영업과 건설업 경기가 호전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신 팀장은 “현재 미국에서 운행 중인 차량의 평균 연령은 11.1년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보다는 차’라는 인식이 커진 만큼 당분간 신차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