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쉐린은 되고 한국타이어는 안된다 ?

국내 재생타이어 시장에 세계 유수의 타이어업체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세계 2위 타이어업체인 미쉐린은 국내 재생타이어 업체와의 기술 제휴로 연내 1만개가량의 재생타이어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세계 1위 타이어업체인 브리지스톤은 이미 국내 4개 관련 업체와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지난해 전남 순천에 8억원을 들여 생산시설을 짓는 등 재생타이어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타이어업계의 ‘큰손’들이 국내 재생타이어 시장 참여를 확대하는 이유는 이 업종이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돼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사업을 철수해야 할 사정이기 때문이다. 국내 재생타이어 시장에는 36개의 중소업체가 있는데 한국, 금호 두 업체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전체 생산량의 10%가량을 담당해왔다. 그런데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9월 재생타이어를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 한국 금호에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라고 권고했다. 재생타이어 시장이 이들 두 업체의 사실상 사업철수로 무주공산처럼 돼버리자 세계 1,2위 타이어 업체들이 그 자리를 발빠르게 채우고 있는 것이다. 덩치 큰 대기업이 중소기업 업종을 잠식하지 말라고 만든 게 중기적합업종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세계 타이어업계 10위권 안팎인 국내 업체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세계 1,2위 타이어업체를 불러들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기적합업종이 외국기업이나 다국적 대기업에 좋은 일만 시키고 말 것이라는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쯤 되면 과연 누굴 위한 중기적합업종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재생타이어뿐이 아니다. LED조명을 비롯 다른 업종에서도 유사한 사례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조차 “외국 기업을 규제할 수 없는 건 문제”라고 인정할 정도다. 이미 2006년 폐지된 중기고유업종을 이름만 바꿔 무덤에서 꺼낸 게 바로 중기적합업종이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시장에 칸막이를 치는 정책은 어떤 경우에도 성공할 수 없다. 지금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는 중기적합업종이 바로 이를 웅변하고 있다. 이 얼빠진 짓을 계속하자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