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식 일자리 뺏었다?

금융위기 후 일자리 410만개, 55~70세가 70% 가져가
미국 청년 실업 증가가 베이비붐 세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마켓워치는 14일(현지시간) 베이비부머가 은퇴하지 않고 고용 시장에 남아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09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41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이 기간 베이비부머(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1964년 출생)가 속한 55~70세의 고용이 290만명 증가했다. 전체 노동인구의 30%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들이 최근 경제 회복 과정에서 만들어진 일자리의 70%를 가져간 셈이다.같은 기간 25~54세 고용은 43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25세 이하 고용은 81만5000명 늘었고, 10대 고용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베이비부머가 은퇴 시기를 늦추며 고용시장에 남아 있기 때문에 나타났다고 마켓워치는 분석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이들이 은퇴 시기를 늦추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이 과정에서 노후자금을 날려버린 베이비부머가 많다는 얘기다.

시카고 연방은행의 에릭 프렌치와 데이비드 벤슨 연구원은 “금융위기로 인한 가계 자산 감소 등의 여파로 은퇴 적령기를 넘어선 상당수 베이비부머들이 고용시장에 남아 있다”며 “이는 청년들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의학 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된 것도 이들이 은퇴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나이가 들었어도 일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해 일하고 싶어하는 베이비부머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는 고령자들이 늘어난 제조업 일자리를 꿰찼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기 이후 회복 과정에서 기업들이 젊은이들을 교육 훈련시키기보다 당장 쓸 수 있는 숙련된 인력을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베이비부머다.

베이비부머가 은퇴를 늦추면서 발생한 청년 실업 증가는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