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당뇨환자, 신장 위험신호에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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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어떻게 하면 혈당을 빨리 낮출 수 있나요?’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당뇨병 환자에 있어 혈당조절은 1차적으로 중요하지만 사실 당뇨병 치료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당뇨병 환자의 몸은 언제 어디서 합병증이 발생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몸에서 에너지로 쓰이는 당 성분이 인슐린 호르몬 결핍이나 작용 이상으로 인해 에너지로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소변으로 빠져나올 때까지 고혈당의 혈액은 온 몸을 떠돌며 혈관과 장기를 공격한다.
따라서 당뇨병 치료 과정에 있어 온몸에서 보내는 여러 ‘이상신호’에 보다 세심하게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의 정수기 역할을 하는 신장은 유병기간이 긴 만성질환인 당뇨병에 매우 취약한 장기다. 혈액 내 높은 혈당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면서 신장 여과기를 손상시켜 신기능을 저하시킨다. 혈당강하 약물 등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약제에 의해서도 피로가 누적된다. 말기신부전증 유병환자 중 56.7%는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당뇨병 환자의 약 75%가 한 가지 이상의 신기능 저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신기능 저하가 더욱 문제인 것은 만성신부전증 등 신장 질환의 발생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기능이 저하되면 심혈관계 질환이나 저혈당 등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당뇨 합병증의 발병 확률을 크게 높인다. 신기능이 저하된 당뇨병 환자는 뇌졸중, 심장마비 등 심혈관계 질환 발병 확률이 신기능 저하가 없는 환자에 비해 최대 4배까지 높다.
관상동맥허혈증, 심각한 심부정맥, 급사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저혈당 발생 확률 또한 높아진다. 당뇨병 환자의 신기능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처방이 더욱 필요로 하는 이유다. 당뇨병 환자는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혈액 및 소변검사로 신기능에 대한 충분한 모니터링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신장 관련 질환을 앓은 적이 있거나 가족 중 신장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 의사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약제의 사용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혈당의 원활한 조절을 위해 약제의 사용은 필요하지만, 일부 혈당 강하제(항 당뇨 치료제)의 경우 신장을 통해 배설되어 신장의 부담을 키우기 때문에 용량 조절이 필요하거나, 신기능 장애 환자에게는 금기인 경우도 있어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당뇨합병증 환자의 증가율이 당뇨병 환자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관리가 그만큼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당뇨병 환자의 보다 적극적인 당뇨합병증 관리가 필요하다.
유재명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