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에 반해 美 스크린 2500개 잡았죠"

'다이노 타임' 마케팅·배급 맡은 제프리 에이머 대표

다이하드·스파이더맨 흥행 주역
10월 개봉…8월부터 TV 광고도
▶ 마켓인사이트 4월19일 오후 2시41분 보도

한국 애니메이션 ‘다이노 타임’이 할리우드 자본을 받아 오는 10월 북미지역 2500여개 극장에서 개봉한다. 한국영화가 미국에서 현지 자본으로 와이드릴리스(대규모 개봉)하는 것은 처음이다. 극장과 방송 광고도 한다.그 주역인 제프리 에이머 클라리우스엔터테인먼트 대표(62·사진)가 한국에 왔다. 19일 기자회견에 앞서 그를 단독으로 만났다.

“지난해 ‘다이노 타임’을 처음 봤을 때 한국 영화인 줄 몰랐습니다. 내용이 감동적이고 완성도가 높았어요. 공룡은 가족 구성원이 함께 보기에 좋은 소재죠. 할리우드에서 가족영화는 다른 장르보다 수익성이 높습니다.”

토이온(대표 이준범)이 제작한 이 작품은 미국 중서부 지역의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세 어린이가 알 모양의 타임머신을 타고 백악기의 공룡 세계로 날아가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 이 작품을 본 에이머는 배급 결정에 앞서 두 가지를 요구했다. 3D(입체)로 컨버팅하는 한편 미국의 유명인사 3명을 성우로 기용해 달라는 것이었다. “할리우드 영화의 평균치인 4000만달러(455억원)를 투입해 오는 8월부터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펼칠 계획입니다. 메이저 스튜디오의 패밀리 영화에다 ‘다이노 타임’ 예고편을 상영할 겁니다. 가족들이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에 광고도 하고요. 개봉 때에는 미국과 캐나다에 최소 2500개 스크린을 확보하고 극장주의 반응에 따라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이번 미국 배급을 성사시킨 주역은 리딩인베스트먼트의 이원화 펀드매니저(상무)다. 이씨는 이 프로젝트에 초기부터 49억원을 투입해 메인투자사가 됐다. CJ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진흥원, 수출입은행 등의 투자와 지원도 끌어내 200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모았다. 미국 작가에게 시나리오를 다시 쓰게 하고 할리우드 배급사를 찾아나섰다. 에이머가 배급을 맡게 된 것도 그가 다리를 놓은 덕분이다.

“이원화 상무에 대한 믿음이 컸죠. 협의 과정에서 보여준 능력과 신뢰감에 매료됐습니다. 그래서 한국과 첫 작업을 하게 됐고요.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려면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훌륭한 마케팅이 따라줘야 해요. 제가 마케팅과 배급을 맡은 작품으로는 ‘다이하드’ 1~4편, ‘스파이더맨’ 1~2편, ‘아이언맨’ 등이죠. ‘스파이더맨’은 영화 사상 신기록을 세웠어요. 첫 3일간 7500만달러의 매출을 예상했는데 1억500만달러나 됐죠. 2002년 9·11 사태 후 첫 가족영화였어요. 영웅을 찾는 기대심리를 충족시켜 준 겁니다.” 20세기폭스의 수석부사장을 지낸 그는 소니와 디즈니, 마블 등에서 마케팅 총괄 사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클라리우스엔터테인먼트를 세워 독립했다. 오하이오주 시골마을 출신인 그는 플로리다주립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20세기폭스사에 먼저 입사한 친구의 권유로 영화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원래는 FBI(미국연방수사국)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메이저 영화사에 들어갔죠. 시골 출신이라 제작분야에는 들어가지 못했어요. 그쪽은 진입장벽이 높거든요. 그래서 남이 만든 영화를 마케팅하는 일만 했습니다. 영화는 무조건 잘 만들었으니까 실패하면 마케팅이 모든 책임을 지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죠. 하하. 이제는 제가 작품을 고를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쁩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