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다문화정책 토대부터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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官주도 여전…他문화 성찰 없어글로벌 시대에서 문화 간 소통은 공동체의 번영과 화합을 이뤄내는 핵심 역량이다. 우리나라는 체류외국인 118만명, 결혼이민자 18만1000명을 넘어서 본격적으로 다문화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서울에도 이태원동, 대림동과 가리봉동에 외국인 집단거주지역이 자리잡고 있다. 다문화의 도입이 우리 국민에게 저임금 경쟁과 더불어 일자리와 생계를 위협한다는 주장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4·11총선에서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 씨가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자, 섣부른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사건의 범인이 중국동포로 밝혀지면서, 이주자들에 대한 감정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다양성 속 균형 있는 인식 절실…이슬람 등 쌍방향 교류 확대를
김중관 < 동국대 중동학 교수 marcojk@hanmail.net >
한국은 산업구조 측면에서 노동력의 필요성과 더불어 사회적으로 농어촌 총각들의 결혼문제 등이 외국인 유입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동남아시아 지역 인력이 생산직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점차 고급 전문직으로 대도시 유입도 증가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전통문화적 가치관 안에서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인 배경을 가진 이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구체적인 준비를 해야 할 단계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다민족, 다인종, 혼혈화 등 복잡한 문화현상이 단순히 다문화라는 용어로 포장되고 있는 수준이다. 우리사회는 이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개념 혼란 속에서 다문화 대책이 개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특히 관(官)주도의 다문화주의라는 비판이 여전하다. 그런 속에서 한편으론 다문화 열풍으로까지 비쳐지기도 한다. 그 결과 다문화에 대한 오해, 이주민들의 과도한 기대, 준비가 부족한 정책의 추진, 다문화 사회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부재(不在), 그리고 국제결혼이주자(다문화 가족)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의 편중성 및 역차별, 다민족 한국사회의 문화적 전망 부재 등이 주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다문화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균형과 담론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정책 대응이 올바른 방향성을 갖기는 어렵다. 한국사회에 최적화한 실학적 접근이 중요하며, 전통적 가치에 기반을 둔 다문화 연구나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준비는 매우 시급하다.
글로벌 시대에 외국인 이주가 필연적이라면 이들에 대해 사회통합 차원에서 대응전략이 다양하게 논의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프랑스와 일본, 그리고 대만과 유사한 동화주의(同化主義)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국 사회의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점에서는 다문화주의와 전통문화의 가치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프랑스, 노르웨이, 영국 등의 예를 시금석으로 삼아 한국 사회의 장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부족한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를 통해 창의적이고 통합된 국가에너지를 결집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다문화 요소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관계, 학계의 통합된 비전과 고도의 전략이 갖춰졌을 때 가능할 것이다. 임기응변식의 정책과 인기영합적이고 단편적인 정치기술로는 오히려 빈부의 격차, 계층 간의 격차에 더해 하위문화권 간의 격차까지 가세돼 사회통합을 해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에서 다문화를 포용할 수 있는 확고한 문화적 가치관이 먼저 확립돼야 불행한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다문화 정책에 균형과 합리성이 살아있게끔 궤도 수정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전문연구기관에서 산·학·관 교류회 등을 통한 생산적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 대학에 지역문화 관련 학과가 설치되고 다문화 교과목이 개설돼 활발한 연구활동 및 교육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또 이슬람지역을 포함한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 소외지역 문화에 대한 쌍방향 연구와 교류에 정책적 지원이 확대돼야 할 것이다. 이런 기반이 다져진 위에서 이 사회에 이주민을 효과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비전을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 가능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김중관 < 동국대 중동학 교수 marcojk@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