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치오 디 마르코 구찌 사장 "대중성 뛰어넘는 럭셔리 구찌백 만들겠다"

91년 전통 담은 고급백으로 명품 1위 브랜드 될 것
스캐너 도입으로 짝퉁 차단
“91년 전통을 고스란히 담은 하이엔드급(최고급) 럭셔리 제품에 주력할 겁니다. 구찌를 상징하는 ‘GG로고’ 패턴과 뱀부백을 재해석하는 등 전통적인 구찌 제품을 현대화하는 거죠.”

서울 청담동 구찌 플래그십스토어에서 만난 파트리치오 디 마르코 구찌 사장(49·사진)은 25일 “구찌의 브랜드 포지셔닝을 아주 정교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판단 아래 ‘하이엔드 제품’에 공을 들인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가구박물관에 구찌의 옛 제품(아카이브 아이템)을 전시하는 특별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하이엔드 제품을 설명하던 디 마르코 사장은 직원에게 매장에 전시된 가방 하나를 가져오게 했다. 2958만5000원에 판매하는 올 신제품인 스터럽백이었다.

그는 이 가방을 직접 들어보이며 “악어의 뱃가죽을 통째로 썼기 때문에 이음새가 없는 최고급 가방”이라며 “장인이 일일이 손으로 스펀지에 색을 묻혀 염색하는 데만 15시간이 걸린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구찌의 상징인 ‘GG 로고’가 전면에 박힌 천 소재의 대중적인 제품도 베스트셀러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악어 뱀 등 최고급 가죽으로 만든 럭셔리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31억4300만유로(4조7240억원)의 매출을 낸 구찌는 국내에선 사상 최대인 2959억원의 매출로 루이비통(4973억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대중적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과 차별화하기 위해 1000만~2000만원대 최고급 제품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100만~200만원대 대중적인 구찌백을 뛰어넘어 ‘1970년대 어머니가 들던 구찌 뱀부백’을 딸도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가 하이엔드 제품에 주력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1월 구찌 사장을 맡으면서부터다. 그는 프라다, 루이비통, 셀린느, 보테가베네타 등 럭셔리 브랜드에서 24년간 일하며 ‘명품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파산 직전의 보테가베네타를 8년 만에 10배나 키워 구찌가 속한 피노프랭탕르두트(PPR) 경영진의 ‘러브콜’을 받았던 것이다.

사장을 맡은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는 디 마르코 사장은 “25년 전 그가 일본을 찾았을 때 럭셔리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는데, 지금 한국은 그때의 일본보다 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의 매출 비중이 37%인데 중국이 22.6%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며 “단일 국가로는 한국이 매출 비중도 가장 높고 제일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한에 앞서 중국 상하이에도 들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역시 그가 구찌에 와서 주력한 사업이다. 디 마르코 사장은 “뱀부백의 원료로 중국산 대나무를 사용하는데 판다의 식량인 기존 대나무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새로 대나무를 재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작 공정 중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고 환경보호에 힘쓰는 것, 유니세프에 기부해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돕는 것 등은 모두 구찌가 기업으로서 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구찌는 또 스캐너에 가방을 대면 정품 여부를 확인해주는 스캔 시스템을 도입했다. ‘짝퉁’ 제품의 유통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의 목표는 “구찌를 베스트 럭셔리 컴퍼니로 만드는 것”이다. 디 마르코 사장은 “사람과 환경에 투자하는 기업의 책무를 이어가면서 브랜드를 올곧게 키우고 싶다”며 “롱런(장수)하는 브랜드로 만드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