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마피아 "창업은 우리의 DNA"

수천억 돈방석 앉았지만 은퇴 미루고 벤처 설립
공동 창업자 모스코비츠 "돈보다 도전이 중요"

‘페이스북 마피아.’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출신 기업인과 투자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 대부분은 페이스북의 성공으로 돈방석에 앉았다. 그러나 거부가 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잇따라 창업과 벤처캐피털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서로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며 성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페이스북 마피아라고 불리는 이유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페이팔 출신 기업인들을 칭하는 ‘페이팔 마피아’에 이어 실리콘밸리의 신흥 인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돈보다 창업AP통신은 29일(현지시간) “페이스북 출신의 억만장자들이 새로운 모험에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천억원을 번 전직 페이스북 직원들이 은퇴를 미루고 새로운 창업과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 인물은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페이스북을 창업한 더스틴 모스코비츠. 그는 페이스북 지분 7.8%를 보유하고 있다. 재산은 약 40억달러(4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지난해 페이스북 동료 저스틴 로젠스타인과 함께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업체 ‘아사나’를 창업했다. 로젠스타인의 재산은 1억5000만달러(1700억원)다. 모스코비츠는 “돈을 벌었다고 은퇴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산이 많다는 사실이 우리의 도전을 방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애덤 댄젤로 전 페이스북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페이스북 엔지니어였던 찰리 치버와 SNS 정보 사이트 ‘쿼라’를 개설했다. 인터넷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페이스북 출신들은 회사 설립 후 매각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페이스북의 전신인 페이스매시에 참여했던 조 그린은 지난해 친구인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서 함께 일하자고 했지만 거절했다. 창업을 위해서였다. 그는 온라인 정치 사이트 ‘네이션빌더’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 마피아들이 성공 후 또다시 창업에 나서는 이유로 성취를 중시하는 ‘페이스북 DNA’를 꼽았다. 창업과 성공 자체가 기업가정신으로 뭉친 이들에게 돈보다 더 큰 만족을 준다는 것.

◆밀어주고 당겨주고 페이스북 마피아들은 적극적으로 서로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창업 멤버였던 매트 콜러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했다. 그는 페이스북 직원이 만든 기업인 쿼라와 아사나에 투자했다. 전 페이스북 CTO이자 쿼라의 창업자인 댄젤로는 아사나에 자금을 댔다. 페이스북에 투자했던 벤처캐피털리스트가 페이스북 마피아가 이끄는 기업에 종잣돈을 대는 경우도 있다. 실리콘밸리 최고의 투자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피터 티엘은 페이스북에 이어 아사나에 투자했다.

LA타임스는 “실리콘밸리에서 페이팔 마피아에 이어 페이스북 마피아가 새로운 인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공 경험과 함께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까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