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ㆍ현대차 '쏠림' 가속…지친 개인들 증시서 손 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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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코스피 8.5% 올랐지만 '電·車 군단' 빼면 제자리서울 지하철 1, 4호선 창동역 주변 아파트촌 주민들이 주로 거래하는 HMC투자증권 상계지점. 이곳을 이용하는 개인 투자자 가운데 올 들어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개인들이 선호하는 종목의 주가가 게걸음을 하거나 뒷걸음을 치고 있어서다. 그러다 보니 “최근엔 거래를 잠시 중단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는 게 강석재 지점장의 설명이다.
올 들어 삼성전자와 자동차 업종을 뜻하는 ‘전(電)·차(車) 군단’만 집중적으로 오르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보다 8.55% 올랐지만 개인들이 순매수한 종목의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지친 개인들이 증시를 외면하면서 고객예탁금과 거래대금도 감소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증시에서 개인들이 많이 사들인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손실률(지난달 30일 기준)은 11.5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8.55%)과 비교하면 20.11% 뒤진 실적이다.
올 들어 개인들이 2838억원어치를 사들여 다섯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금호석유화학은 36.41% 하락했다. 순매수 8위인 한국항공우주와 3위인 KT는 각각 29.07%와 17.53% 하락했다. 반면 개인 순매도 1위 종목인 기아차는 25.03% 올라 대조를 보였다. 순매도 3위와 8위인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각각 26.05%와 31.37% 상승했다.전문가들은 가격이 비싸 매수를 꺼리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차가 상승하면서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들이 체감하는 증시 분위기는 아주 싸늘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아차의 올해 상승분을 제외하고 산출한 지난달 30일 코스피지수는 1863.94로, 작년 말(1825.74)보다 2.09% 오르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 등 3개 종목을 제외한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개인 비중이 높은 코스닥지수는 올 들어 4.25% 하락했다.
체감지수가 악화하면서 개인들이 증시를 외면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2월 58.26%에서 지난달에는 54.87%로 낮아졌다. 개인들의 주식투자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1월 말 20조817억원에서 지난달 27일 17조5316억원으로 줄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도 올 들어 5조원 이상 감소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