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하면 할인…'프렌디 마케팅'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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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뮤지컬 저녁 공연 신설서울 보광동에 사는 김원중 씨(35)는 회사에서 소문난 ‘프렌디(friend+daddy·친구 같은 아빠)’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다섯 살난 딸을 둔 김씨는 주말도 오롯이 자녀를 위해 쓴다. 천체에 관심이 많은 아들을 위해 박물관을 방문하고, 한강 둔치에 나가 달리기를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또 애니메이션 영화가 나오면 빼놓지 않고 영화관을 찾는다. 김씨는 “요즘 녹색어머니 활동까지 하는 아빠도 있다던데 이 정도는 약과”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아빠 효과' 노린 이벤트 풍성
1일 오후 교보문고 광화문점 어린이코너에도 아빠와 손잡고 나온 아이들이 많았다. 아기띠로 아이를 안고 《초보아빠의 육아스쿨》 책을 보는 프렌디도 상당수였다. 서울 공덕동에서 온 최의석 씨(34)는 “아이와 스킨십을 늘리면 정서발달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아이와 놀아주려고 한다”고 말했다.이처럼 육아와 자녀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프렌디족이 늘고 있다. 맞벌이로 여성들의 시간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아빠와의 놀이나 상호작용이 이성적인 좌뇌를 발달시킨다는 ‘아빠효과(father effect)’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이기도 하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업계에서는 프렌디를 겨냥한 아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린이뮤지컬 ‘Why? 마법학교:마법사와 쫓겨난 임금’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공연에 ‘아빠는 1000원’ 할인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뮤지컬 홍보를 맡고 있는 양지선 신시아 차장은 “어린이공연에 저녁 시간을 배치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며 “7시 특별공연을 신설하고 아빠 할인 혜택을 넣은 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아빠들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뮤지컬 ‘오즈의 마법사’도 4일, 16일, 30일 오후 7시30분 공연에 아이와 동행한 아빠를 1000원에 입장할 수 있도록 했다.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는 오는 7일부터 25일까지 함께 입장하는 아빠에게 무료 혜택을 준다.
종로구청에선 프렌디를 겨냥한 아빠 요리교실까지 열었다. 자녀들과 함께 요리시간을 갖길 원하는 아빠들을 겨냥한 문화수업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19일부터 종로구민과 종로구청 직원 20명이 매주 목요일 저녁 요리수업을 받고 있다. 연령대는 3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김철수 종로구청 교육체육과 주임은 “구청 직원들의 참여 경쟁률이 3 대 1에 이를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며 “자녀를 위해 요리를 하고 싶어 하는 아빠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