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反美 촛불'단체, 시위버스·강정마을 거쳐 다시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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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바꾼 그때 그 단체…광우병 집회 주도
문성근 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도 참여
"뚜렷한 대안 없어" 시민들 시큰둥한 반응
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이 재발한 것과 관련, 좌파성향 사회단체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2일 열었다. 이날 오후 7시20분부터 2시간여 동안 청계광장에서 진행된 촛불시위에는 경찰 측 추산 1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촛불집회는 4년 전과 달리 국민들의 큰 호응 없이 끝났다.
◆‘국민행동’ ‘FTA범국본’이 주도이날 열린 집회는 2008년 서울 도심에서 있었던 대규모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한 ‘광우병위험감시국민행동(국민행동)’과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FTA범국본)’가 개최했다. 이 두 단체는 2008년 촛불시위 이후에도 각종 반정부 집회를 사실상 이끌었던 전력이 있는 단체들이다.
여기에 문성근 민주통합당 권한대행 대표 등 정치인들도 대거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4일 예정된 대규모 집회를 계기로 ‘제2의 촛불 사태’를 유도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까닭이다.
이날에 이어 4일 열릴 예정인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의 주최측은 FTA범국본이라는 단체다. 이곳엔 한국진보연대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270여개 시민단체가 속해 있다. 이들은 2006년 ‘한·미FTA 저지’를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FTA 이슈뿐만 아니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태,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등의 각종 집회에 앞장서서 참여했다.◆2002년 ‘효순·미선’ 시위도
소고기 반대 시위에 등장한 단체들 중 상당수는 이전에 반미(反美) 성향집회에도 개입했다. 2002년 ‘효순·미선’ 사건 때 시위를 주도했던 ‘여중생 범대위’와 2006년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해 결성된 ‘평택 범대위’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5년 ‘맥아더 동상철거’, 2007년 ‘아프간 피랍사태’ 등의 반미 집회 때도 이들 중 상당수가 개입했다. 오종렬 FTA범국본 대표는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등을 겸임하고 있으며 미국을 반대하는 성향의 각종 시위에 등장했던 인사다.
주제준 FTA범국본 정책위원장은 “2008년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했던 시민단체 대부분이 (그대로) 참여한다고 보면 된다”며 “2008년 ‘촛불 정국’에 앞장선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같은 새 연대 단체를 구성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2008년에 주도적으로 집회를 이끌었던 단체 관계자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등 진보 성향의 정당 관계자 대부분이 나온다고 보면 된다”며 “전국단위로 확산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8년 ‘촛불’ 거쳐 다시 거리로
국민행동은 2008년 ‘촛불 정국’을 주도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모체다. 2010년에 광우병국민대책회의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며 명칭을 바꿨다. 이들은 2008년 5월 ‘소고기 파동’ 당시 미국산 소고기 전면 수입에 반대하는 18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인터넷 모임이 주축이 됐다. 참여연대 등 FTA범국본에 속해 있는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이 국민행동에 포함돼 있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당시 공동상황실장)와 한용진 진보연대 대회협력위원장이 주도했고, 현재는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경제팀장이 이끌고 있다. 박 당선자는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집시법 위반)로 2008년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원래는 촛불집회 4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집회였지만 광우병 소가 미국에서 발견되면서 시위 규모가 커져 버린 양상”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대안 제시하라” 비판
이번 가두 시위에 대해 “시민 단체들이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대신 무책임한 선동을 주도,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소고기 시위를 주도하거나 시위 참여를 선동하는 일부 단체들은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시민들과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손미희 전국여성연대 공동대표,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이혜경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여성위원장 등 여성단체 회원 20여명은 서울 용산역 이마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면서 수입중단 조처를 취하지 않는 등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는 당장 검역 및 수입을 중단하고 대형 마트는 판매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회원들은 물건을 사겠다면서 이마트로 들어갔고, 이마트 측은 영업 방해 행위라고 신고,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김우섭/박상익/이지훈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