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업체추천권' 간부만 2000명…뇌물사슬 광범위

檢, 원전 납품비리 5명 기소

특정업체 밀어주고 금품 수수…1급 이상 간부로 수사 확대
납품비리를 저질러온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이 원전 기자재 국산화를 위해 도입된 ‘업체 추천권’을 특정 납품업체 밀어주기와 금품 상납의 핵심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지검 구본진 차장검사는 3일 원전 납품비리 수사 중간 발표를 통해 “한수원의 현장기술개발과제 제도라는 ‘업체 추천권’이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특정 업체가 기술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추천한 후 개발된 제품을 수년간 수의계약을 통해 공급받을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고질적인 금품 유착관계를 만들어왔다”고 밝혔다.검찰은 특히 계약 상대방을 추천하기만 하면 사실상 납품업체로 선정되는 ‘업체 추천권’이 현장 실무를 담당하는 기술직 실·팀장 선에서 관행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 부분에 앞으로 수사력을 집중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임직원이 1만여명에 달하는 한수원에 추천권을 부여받은 간부직원들만 최소 500여명에 이른다”며 “앞으로 수사는 이들로부터 금품을 상납받은 처장급(1갑) 이상 고위간부들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산하에 처장급은 고리 월성 영광 울진 등 4개 지방 사업소와 본사 22개 처를 합해 모두 70여명에 달해 검찰의 향후 수사방향과 결과가 주목된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이미 처장급 간부 2명에 대한 혐의는 상당 부분 확보된 상태”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전무급(총 5명)으로까지 수사범위가 넓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에 앞서 검찰은 한수원 고위 임원이 원전 브로커인 윤모씨(56·구속)와 친분관계를 맺고 한수원 산하 계약부서 간부들을 업계 관계자들에게 소개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윤씨가 부품 납품 외에 인사문제까지 개입했을 가능성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윤씨는 자신이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로부터 로비자금 명목으로 7억여원을 받은 것은 물론 한수원 폐변압기 구매와 공사 수주 등으로 9억여원을 받는 등 드러난 수뢰자금만 현재 16억여원에 달한다.

이번 원전 납품비리의 검찰수사 결과 지금까지 원전 간부 4명과 로비 브로커 1명 등 모두 5명이 구속됐다.

원전 직원들은 지난해 말 금품수수 혐의를 비관해 고리원전 직원 1명이 자살한 가운데서도 납품업체에 금품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차명계좌, 현금수수, 친인척 명의 등 다양한 형태로 금품을 받아온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