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헤지펀드 '롱쇼트'에 발목 잡혔다

"삼성전자 사고 LG 팔고"…깜짝실적 불구 주가 약세
현대百·롯데쇼핑 등도 롱쇼트투자 조합 엮여
LG전자는 지난달 24일 다음날 회사측이 ‘깜짝실적’을 발표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4.93% 급등했다. 그러나 하루뿐이었다. 이날 이후 삼성전자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는 동안 LG전자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외국인들이 LG전자를 집중 매도한 탓이다.

LG전자의 이 같은 약세는 기본적으로 회사의 펀더멘털이 아직 주가를 강하게 끌어올릴 만큼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업종 내에서 주가 전망이 좋은 종목을 사고, 나쁜 종목을 파는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롱쇼트전략’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국내 금융사들의 헤지펀드 운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도 롱쇼트전략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헤지펀드, 삼성전자 사고 LG전자 판다

LG전자는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25% 내린 7만1200원에 마감했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4일 종가(7만8700원)와 비교하면 9.52% 하락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9.19% 올랐다. 두 종목의 희비를 가른 건 외국인투자자였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외국인은 LG전자를 208억원 순매도했고, 삼성전자는 2450억원 순매수했다.

임돌이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LG전자 주가가 약세를 보인 데는 삼성전자를 사고(롱), LG전자를 파는(쇼트)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롱쇼트전략’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헤지펀드들이 현물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매수하면서 동시에 LG전자 주식을 대차해 공매도함으로써 수익 극대화를 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지난달 24일 종가에 삼성전자만 매수한 투자자는 3일 기준 수익률이 9.19%에 그치지만, 롱쇼트전략을 구사한 헤지펀드는 수익률이 18.71%로 껑충 뛴다.

○업종별 롱쇼트 조합 발굴 활발

롱쇼트전략은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주로 사용하는 투자 전략이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헤지펀드 운용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롱쇼트전략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롱쇼트전략의 투자 조합을 선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기업의 펀더멘털을 기준으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롱쇼트 조합은 현대백화점(매수)과 롯데쇼핑(매도)이 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롯데쇼핑은 해외 진출의 성과가 없는 게 리스크 요인이지만 현대백화점은 안정적인 국내 시장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두 종목을 대상으로 롱쇼트전략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통신업종에서는 KT(매수)와 SK브로드밴드(매도) 조합이 대표적이다.

김홍식 NH농협증권 연구위원은 “KT는 자산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데다 이석채 사장의 연임 성공도 긍정적인 반면,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과의 합병이 지연되고 있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통신업체 중 가장 떨어진다”고 평가했다.주가의 변동성과 같은 기술적 지표의 움직임으로 거론되는 롱쇼트 조합도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한 주간의 주가 변동성을 기준으로 철강업종에서는 ‘포스코(매수)-현대제철(매도)’, 운송업종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은행업종에서는 ‘하나금융지주-신한지주’ 등을 이번주 유망한 롱쇼트 투자 조합으로 추천했다.

극단적인 롱쇼트전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경우 주식과 기타 투자 상품으로 롱쇼트 투자를 하기도 한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대한항공처럼 국제 유가가 오르면 실적이 악화되는 종목의 경우 유가가 오를 때 원유선물을 매수하고 대한항공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롱쇼트전략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