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저축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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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경 미래회장, 퇴출직전 회삿돈 200억 빼돌려 밀항 시도“그런 파렴치한 사람을 믿고 돈을 맡겼으니 정말 통곡할 노릇이야. 정부는 그동안 뭘 한 거요.”(미래저축은행 예금자 정모씨) “직원들이 회사를 살려보겠다고 수천만원씩 모아 100억원 가까이 증자했는데…. 배신감에 치가 떨립니다.”(미래저축은행 직원)
30년전 가짜 '서울 법대생' 행세
6일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56·사진)이 회사 돈 203억원을 찾아 밀항하려다 체포됐다는 소식에 예금자는 물론 직원들까지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자산 규모 1조7600억원의 대형 저축은행 대주주가 영업정지를 불과 사흘 앞두고 도주 행각을 벌였다는 데 분통을 터뜨렸다. 해양경찰청은 김 회장과 밀항을 주선한 이모씨(53) 등 5명을 3일 오후 8시30분께 경기 화성시 궁평항 선착장에서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 회장은 소형 어선을 이용해 공해상까지 간 뒤 중국 선박으로 옮겨타 중국 산둥성으로 밀항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거 당시 김 회장은 점퍼와 운동화 차림으로 5만원권 현금 1200만원을 담은 가방과 여권을 갖고 있었다. 해경은 “부실 저축은행 고위급 관계자가 밀항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알선책들의 움직임을 계속 감시해오다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3일 오후 회사 명의의 우리은행 수시입출금식 계좌(MMDA)에서 영업자금 203억원을 인출했다. 이 가운데 75억원은 다시 계좌에 입금해 지인들에게 송금하려 했고, 나머지는 모처에 숨긴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5일 오후 김 회장의 신병을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7일 김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5일 오전 9시 저축은행 경영평가위원회에 참석해 마지막으로 의견을 개진하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경평위원들은 그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어떻게 저런 사람을 금융인이라고 할 수 있나”라며 통탄했다고 한다.
그의 사기 행각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회장은 1981년부터 3년 동안 서울대 법대 복학생 행세를 하며 결혼까지 했다. 주례는 당시 법대 학장이 맡았다. 그런 회장을 믿고 직원들은 작년 9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퇴직금 중간정산까지 받아 100억원을 증자대금으로 넣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