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말 위에서 말을 다시 보다

말을 타보면 말에 대한 생각이 확 바뀐다. 녀석의 등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아가의 뽀송뽀송한 살결 못지않다. 근육질의 야성 속에 그런 부드러움이 있다니 새삼 놀라게 된다. 또 녀석의 기다란 등짝이 얼마나 높고 또 얼마나 넓은지 입이 쩍 벌어진다. 당신이 승마 초심자라면 심리적 위축감 속에 말은 실제보다 훨씬 더 큰 존재로 다가오리라. 그런 녀석의 등에 올라 쏜살같이 평원을 달렸을 옛 전사의 담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제 녀석의 늠름한 기상을 보며 영웅호걸을 떠올리던 시대는 갔다. 운이 좋으면 승마경기용으로 호사를 누릴 수 있지만 자칫하면 뭉칫돈을 건 경마관객의 환호와 욕설을 함께 들어야 하는 경주마 신세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승마가 유망 레포츠로 떠오르면서 말은 이제 인간과 ‘정서적 동반자’라는 새로운 관계를 맺을 채비를 하고 있다. 미(美) 몬타나의 초원을 달리고 있는 말무리도 마찬가지. 녀석들은 조만간 국립공원과 관광농장에서 사람을 친구로 맞이한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