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성애자 논란 '유탄' 맞은 민생ㆍ경제법안

"게이권리法과 함께 통과 못해"…콜로라도주 하원의장 처리 막아
미국 콜로라도 주(州)의회에서 남성 동성애자(게이) 권리 논란 탓에 민생법안 처리가 무산되는 일이 발생했다.

콜로라도 주하원은 게이 권리 향상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킬 준비를 해왔다.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 주 하원의원들이 대부분 이 법안을 지지, 처리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콜로라도 주민들도 지지한 법안이었고 존 히켄루퍼 주지사도 법안이 통과되면 서명하겠다고 일찌감치 밝혔다.그런데 법안 심의 마지막날인 지난 9일 돌발 변수 때문에 처리가 무산됐다. 문제는 이 법안과 함께 30여개 민생법안까지 발이 묶인 것. 게이 법안에 반대한 공화당 소속의 프랭크 맥널티 주 하원의장이 이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민생법안을 연계했다가 시한을 넘기면서 두 법안 모두 무산돼버렸다.

유탄을 맞은 민생법안에는 석유와 가스 분리세, 수자원 보호기금 신설, 기업 발전 프로그램, 기업규제 준수 비용 연구팀 구성 등과 관련한 주요 법안이 포함됐다.

맥널티 의장이 초강수를 둔 것은 유권자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게이 법안이 통과되면 남성 동성애자 권리 향상에 적극적인 민주당으로 유권자들의 지지가 쏠릴 것을 우려했다.콜로라도 주하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남성 동성애자 간 결혼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반면 오바마와 오는 11월6일 대선에서 맞붙을 공화당 대선후보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남성 동성애자 간 결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맥널티 의장의 우려가 기우는 아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일 저녁 할리우드에 있는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의 저택 만찬에서 선거자금 600만달러를 모금했다. 행사장에는 민주당의 골수 지지자인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여배우 샐마 헤이엑, 영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토비 맥과이어, 배우 잭 블랙 등 유명인사 150여명이 참석했다.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 결혼을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것을 뜨거운 박수로 환영했다. 그가 이런 선거자금 모금을 염두에 두고 미리 동성애자 결혼 찬성 입장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표를 의식한 연방정부와 주의회의 정치적 행보 때문에 민생법안 처리와 관련한 불확실성만 높아지고 있다고 볼멘소리가 나온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