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에서 나온 금 수억원어치 빼돌린 여직원들

반도체 제조 공정에 들어가는 금을 훔쳐 팔아넘긴 업체 직원들과 이런 금을 사들인 업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불량 처리된 ‘실금(gold wire·반도체 구성 인자들을 연결하는 소재)’을 몰래 떼어 모아 뒀다가 금은방에 팔아온 혐의(절도)로 조모씨(22·여) 등 경기도 A사 여직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이들로부터 실금을 받아 장물업자에게 넘긴 조씨의 애인 양모씨(24) 등 4명과, 실금을 사들인 장물업자 4명은 장물 알선 및 취득 혐의로 입건하고, 금은방 업주 신모씨(40·여)는 상습 장물 취득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외국계 반도체 제조기업인 A사에 근무하는 이들 여직원 3명은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반도체에 들어가는 실금을 손으로 뭉쳐 주머니에 넣고 공장 밖으로 가지고 나오는 방법으로 모두 58차례에 걸쳐 실금 3.8kg(1048돈·시가 2억4100만원)을 훔친 혐의다. 조씨의 애인 양씨 등은 여직원들의 부탁을 받고 빼돌린 실금을 신씨 등 장물업자 5명에게 팔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여직원 3명은 반도체에 들어가는 실금(24K)의 순도가 매우 높아 소량이라도 높은 가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A사 측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이들의 범행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조씨 등은 실금을 팔아 받은 돈으로 명품 핸드백을 사거나 유흥비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