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100년 전 한·일 문제작가들, “신교육만이 살길” 주장 ‘눈길’

근대초기 한·일 문제문학 비교 연구…2012 우수학술도서 선정

1백여 년 전 한국과 일본의 문제 작가인 이인직과 도쿠토미 로카, 신채호와 고토쿠 슈스이를 비교, 분석한 책이 주목받고 있다.부경대 교수들이 펴낸 ‘근대초기 한일 문제문학 비교 연구’(인문사)가 그것.

부경대 남송우 교수(국어국문학과), 손동주 교수(일어일문학부), 윤일 교수(일어일문학부), 서은선 연구원이 공동 저술한 이 책은 신소설 작가 이인직과 사회소설 작가 도쿠토미 로카 그리고 아나키스트인 신채호와 고토쿠 슈스이 등 당대 문제작가로 분류되는 인물들을 각각 비교 분석했다.

이 책에 따르면 100년 전 문제작가들은 당시 혼란스러웠던 상황에서 ‘신교육’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을 주장한다. 이인직은 ‘은세계’에서 1907년 한일신협약(정미칠조약)으로 인해 망국의 길로 접어든 대한제국에 대한 암담함을 나타내면서도 갑신정변(1884)의 주역인 김옥균을 통해 ‘신교육’ 준비론을 역설하고 있다. 도쿠토미 로카는 ‘흑조’에서 백성의 희생을 염려하며 반제국주의적인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면서, 신교육을 통해 메이지 정치를 극복해야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혈의 누’, ‘은세계’에서 동아시아의 정세가 청국 중심에서 일본 중심으로 바뀐 상황을 솔직하게 기록한 신소설 작가 이인직과 ‘흑조’에서 메이지시기를 문학적 기록으로 남긴 도쿠토미 로카를 서사 구성, 장르 특성 등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2부에서 ‘용과 용의 대격적’에서 민중에 의한 폭력혁명을 강렬하게 형상화한 신채호와 ‘기독말살론’을 저술한 고토쿠 슈스이를 사회진화론 등을 통해 비교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부경대 동북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팀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사업의 성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올해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